시인이 진행하는 시 수업을 다녀왔다. 좋아하는 시를 낭독하고 시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수업이었다.노트에 가볍게 끄적이면서 수업을 듣는데, 그가 자주 쓰는 말이 있었다.
이상하죠.
신기하죠.
아름답죠.
시를 낭독한 후에 '아름답죠?'라고 말하는 그의 눈빛은 <그리스인 조르바> 속 조르바를 떠올리게 했다. 조르바는 나무, 바다, 돌, 새 등 모든 사물을 매일 아침 처음 본 것처럼 생소하게 만난다. 마치 어린 아이처럼. 작은 놀라움이 담긴 시인의 말투는 '이 기적은 도대체 무엇이지요? 이 신비란 무엇이란 말입니까?'라고 말하는 조르바의 기분 좋은 호들갑과 닮아 있었다. 또 다른 시를 읽고는 '이상하죠,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요?'라고 정말 궁금한 듯 묻는 것이다. '이상하고 신기한데 너무 아름답지 않아요?'를 포함하고 있는 설레는 이상함이었다.
2시간 수업 동안, 내 노트에는 '이상하죠. 신기하죠. 아름답죠'라는 짧은 문장이 아름답게 수놓아져 있었다.
문득, 시인은 본인이 이런 말을 자주 하는 것을 알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빙그레 웃음이 났다. 우리는 음... 시 좋네? 정도인데 본인은 사랑의 안경을 낀 줄도 모르고'아름답죠, 아름답죠?' 하는 느낌. 서서히 나에게도 그 아름다움이 스며들어 몽글몽글해지는 느낌. 나도 저런 말을 하며 살아야지, 다짐하게 되는 시인의 아름다운 말습관.
놀랍게도, 산문집에서 만난 그의 지난 삶은 무척 고단했다. 절에서 자랐던 시간, 할머니와 함께 한 시간, 가난하고 맑고 투명한 슬픔이 켜켜이 담겨있었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는 아무리 힘들어도 '사랑'을 놓치지 않겠다는 용감한 다짐이 새겨있었다. 그 사랑의 마음이 그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하고, 삶을 살게 했으리라. 앞으로 어떤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누구도 그가 지닌 '사랑의 안경'을 빼앗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시인의 삶은 안 봐도 뻔하다. 그는 사랑 안에서 충만하게 살아갈 것이다.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은 사랑의 안경을 쓰고 사랑을 감각하며 사는 것.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눠주고, 사랑받음을 잘 느끼는 것. 그리고 그 소중한 마음을 상대에게 돌려주는 것. 그렇게 사랑의 수레바퀴를 돌리며 살아가는 것.
수업 말미에, 시인의 눈을 오래 바라보았다.
저 눈이 그저 저이의 눈이겠는가?
눈이 아니라 마음이 아니겠는가?
저 마음이 거저 주어진 마음이겠는가?
저이를 키운 이들의 사랑이 눈처럼 소복히 쌓여있는 마음이겠지.
그의 가슴에 살아 숨 쉬는 사라진 바 없는 마음이겠지.
그 귀한 마음이 담긴 저 눈은,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무가보'구나...
'시인은 태어나고 작가는 자란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시인들이 키운 아이는 시인으로 자라난다. 시인을 사랑으로 키워낸 평범한 일상의 시인들 덕분에 좋은 시와 산문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