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리 소설가의 짧은 소설 <기쁨 목걸이>는 한 편의 동화 같다. 동화가 자주 그렇듯 이 소설에도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기계가 나온다. '기쁨 목걸이'는 하루 동안 기쁜 순간을 머릿속에 재생시켜 주는 기계다. '착용자의 도파민 분비를 체크해 분비가 늘어나는 순간, 즉 기쁨을 느끼는 순간을 사진 찍듯 캡처해서 원할 때 머릿속에다 역재생해 주는 것.' 세상 무료하고 즐거울 것 하나 없는 날을 살아가던 주인공은 친구에게 '기쁨 목걸이'를 선물 받는다. 똑같은 하루. 똑같은 회사 생활. 똑같은 출퇴근. 과연 그녀에게 기쁨이 있었을까?
"당신의 오늘 하루를 분석했습니다. 즐거운 순간이 [12번] 있었습니다."
퇴근 후, 목걸이를 돌려봤을 때 12번이나 되는 기쁨의 순간이 재생된다. 아침에 커피 첫 한 모금. 점심식사 후 산책 중 동료 이야기를 듣고 실컷 웃었던 순간. 회의시간 옆자리 직원과 몰래 대표님 흉보았던 쫄깃한 순간.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을 바라보며 떠올랐던 어린 시절. 꽃집 옆을 지나다 본 향이 좋은 꽃다발...
로또 당첨 같은 기쁨과는 비교도 안되지만 그녀 삶의 곳곳에 작고 소소한 기쁨이 '나 여깄어요.' 재잘거리고 있었다. 그 작은 것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 오늘 하루, 우리의 작은 의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하루하루가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유리병에 소소한 '기쁨'을 채워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어떨까. 크고 작은 기쁨을 잘 '보존'하고 싶을 때, 얼른 유리병에 담아두는 거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두었다가 여간해서 기쁨이 안 보이는 날은 얼른 나를 '기쁨의 유리병'에 담가버리는 거다. 그러면 오이 절여지듯이 서서히 은은하게 기쁨이 배어들겠지. 그러다 기쁨에 취해버리면 어쩌나. 어쩌긴 뭐 어째. 동그르르 굴러다니며, 은근히 백허그하면서 사람들에게 기쁨을 묻혀줘야지.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
이 유리병을 당신에게 선물할 수 있어도 좋겠다! 지금 조금 슬픈 당신에게, '취급주의' 딱지를 붙여서 오래 잘 숙성시킨 '기쁨의 유리병'을 택배로 보낸다. 오늘은 집 앞에 택배 상자를 꼼꼼히 살펴보자. 잘 도착했는가? 오늘 하루 고단하고 지친 당신이, 종일 기쁨 쪽으로 한 번도 몸을 돌릴 여유가 없었던 당신이, 조금 덜 슬프고 덜 외롭고 덜 아플 수만 있다면. 아주 잠깐 미소 지을 수만 있다면.
당신에게 아주 작은 기쁨의 송이가 될 수 있다면.
오늘 하루 중 가장 '기쁜 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