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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이모 Dec 21. 2021

내 감정에 이름 붙여주기


내 마음이 뭔지 몰라서 '무거움'으로 퉁치고 배회하는 그런 날이 있다. 다른 사람 이야기는 가만히 들어보면 어느 지점에서 어느 생각으로 어떤 감정이었는지 핀셋으로 집어내 듯 잘 보이는데, 내 마음은 흐릿하게 잘 안 보이는 그런 날.


무거워서 전화했어.

그랬구나.. 괜찮아 말해봐 뭐든

가만히 듣던 그녀가 말한다.


속상했겠다...

당황스럽고 무안했을 것 같은데?

지금 가슴은 어때?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가슴에 무엇인가가 툭... 내려앉는다

눈물 비슷한 것도 주룩.. 흐른다


내가 속상했구나..

내가 당황했구나..

내가 무안했구나..


'무거움'으로 퉁쳐버린 감정들은 내 마음에서 정처 없이 배회하다가 마음에 바람 부는 날 불쑥 등장해서 몹시 나를 흔들어버리곤 한다.


내 감정에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준 그녀 덕분에 하나씩 느끼고 흘려보낸다.


속상했던 나를 토닥여준다

당황했던 내 가슴을 안아준다

무안했던 나의 어깨를 가만히 두드려준다


내가 애틋하고 안쓰러운 날.

오늘은 그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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