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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이모 Feb 18. 2022

교양필수로 '사랑학' 어떠세요?

문제는 우리가 앞으로 가는 방법만을 배웠지 멈추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뭔가를 이루고 소유하는 방법만을 배웠지 그것과 헤어지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다.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만을 배웠지 그것으로부터 나오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다.


-사물의 뒷모습, 안규철


 


우리는 한쪽 방향만 발달되어 살아온 것이다. 동전의 앞면에 어김없이 뒷면이 존재하듯이, 앞모습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대학시절, 가장 어려웠던 것은 '관계'였다. 관계의 다른 이름은 '사랑'이니 사랑이 힘들었다, 하겠다. 그런데 그걸 가르쳐주는 과목이 없었다. 헤어지는 법, 외로움을 견디는 법, 멈추는 법, 그것으로부터 나오는 법...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 배웠던 나는 '관계'속에서 방황했다.


사랑 아니면 이별 이야기가 넘치던 시절. '사랑학'같은 과목이 교양필수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기억이 있다. 그 시절에 나는 '사랑'마저도 책으로 배우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만큼 간절했던 걸까! 한 학기 수업을 들으면, 짠- 하고 선배 너를 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었을까.


 

헬렌 켈러는 "내가 대학교 총장이라면 '눈 사용법 how to use your eyes'이라는 필수과목을 만들겠다"라고 그녀의 책 '사흘만 볼 수 있다면'에서 말했다. 그만큼 그녀에게 '잘 본다'는 것은 절실했으리라. 내가 총장이라면, 나는 사랑학, 인간관계학교양필수로 만들겠다. 어쩌면 지금의 대학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과목이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뒷모습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을 나이가 들수록 실감한다. 뒷모습을 배우는 것이 나이 듦인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내겐 어렵다.

멈추고 침묵하고 외로움을 견디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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