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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이모 Dec 21. 2021

어쩐지 너를 향한다는 의미


너는 좀 묘한 구석이 있어,라고 지인이 말한다.


'묘하다'는 사람마다 담아내는 의미가 모두 다를 것 같은 단어다. 마치 감정의 종합세트 같다고나 할까. 사전적 정의는 "모양이나 동작이 색다르다, 기이하여 표현하거나 규정하기 어렵다"는 의미인데 그 의미가 딱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어떤 단어는 어떤 이에게 긍정적인 의미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오래도록 생각을 일으키게 만들 수 있다. 그러니 별생각 없이 지나치기보다 의미를 잘 모르겠다 생각될 때는 멈춰서 서로의 마음 사전을 맞춰보는 것이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게 어떤 의미야?라고 묻자... 그는 곰곰이 생각해본다. 음.. 뭐랄까.. 친근한데 약간 거리감이 느껴지고.. 잘 아는 것 같은데 가끔 처음 보는 사람 같고 그게 뭔가...


그는 자신의 사전을 뒤적여도 딱히 적당히 설명할 말을 찾아내지 못하는 듯했다. 별생각 없이 내뱉은 단어인데 진지하게 의미를 물어보니 쩔쩔매면서도 진지하게 답변해주는 그의 진지함이 그를 더욱 매력 있게 만든다, 는 생각에 슬쩍 웃음이 났다. 침묵이 이어진다는 건, 나에게도 약간의 책임이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내 마음사전 속 '묘하다'라는 단어를 펼쳐본다.


"나한테 묘하다는 건, 좀 더 알고 싶다, 라는 의미인데 그런 의미야?'라고 대꾸해본다.


상대의 표정이 환하게 바뀐다. '맞아 그런 의미야'라는 듯. 가끔은 말이란 건 한 개도 필요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표정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는가!


"내 마음이 어떤 건지 잘은 모르겠는데 어쩐지 너를 향하게 된다, 나한테는 그런 의미거든"라고 덧붙여 말했다.


"맞아! 궁금해, 너에 대해 더 알고 싶어"라는 의미야!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드는 그의 시원한 웃음에 나도 덩달아 웃어 보인다.


내 사전과 상대의 사전이 잘 맞는 날은 마음과 마음이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묘하게 기분이 좋다. 묘하게 기분이 좋다고 말하는 것도 좋다. 대놓고 좋은 것보다 어쩐지 멋져 보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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