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선한 것만 보겠다는 도전

by 사과이모

다이애너가 신문에서 본 103세의 할머니 알리스 헤르츠 좀머. 변함없이 눈부신 그 여인의 말은 다음과 같다. "인생은 아름답습니다. 지극이 아름답지요. 그리고 늙으면 그 사실을 더 잘 알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 생각하고 기억하고 사랑하고 감사하게 돼요.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지요. 모든 것에."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점점 세상사가 못마땅해지는 내게 나치 수용소까지 다녀온 이 할머니가 덧붙인다. "나는 악에 대해 잘 알지만 오직 선한 것만 봅니다" 이런 할머니들이 있어 나는 또다시 장래를 희망하게 됐다. 그렇게 해서 나의 장래희망은, 다시 할머니, 웃는 눈으로 선한 것만 보는 할머니가 됐다.


- 김연수, 시절일기 중



이렇게 전면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전쟁은 처음이라고 고백한다. 그동안 수많은 내전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사는 것이 더 급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또다시 고백해야겠다.


내가 이 세계의 전쟁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할 수 있는 존재인가, 라는 생각이 들면 머뭇거리게 된다. 중앙 노래패 활동을 하던 대학시절, 'NO WAR'라는 주제로, 반전에 대한 공연을 올렸던 기억이 더듬더듬 떠오른다. 그 시절에 나는, 반전시위까지는 안 나갔지만 나름 세상에 대해 고민을 했는 모양이다. '회합'이란 이름으로 선배들과 함께 했던 토론의 영향이 컸으리라. 사는데 정신 팔려 오래도록 잊고 있던 페이지다.


나는 전쟁을 경험한 바가 없고, 다행히도 '악'에 대해 피부에 와닿은 경험 역시 적다. 그나마 세상의 부조리를 한탄하는 정도였다. 그러기에 세계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한다는 게 조심스러웠다. 그러던 중에, 오랜만에 다시 펼친 김연수의 '시절일기'에서 내가 원하는 답을 찾은 듯해서 반가웠다.


나치 수용소까지 다녀온 103세의 알리스 헤르츠 좀머 할머니는, '오직 선한 것만 봅니다'라고 말한다.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이것이 가능한가? 반문해볼 수 있다. 그 어떠한 악의 상황에서도 '선한 것만을 보겠다'라는 말은 도전적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렇게 하고 싶어졌다. '선한 것을 보겠다'는 결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며칠 전 인스타그램에 이기주 작가님( @2kijuwriter )이 올려주신 피드를 보고 깊은 울림이 있었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한 젊은 러시아군이 고향에 있는 어머니와 영상통화를 하다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 그는 우크라이나 주민이 건넨 빵과 따뜻한 차를 들고 울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런 것들, 선한 것들을 바라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선한 것을 바라보고, 선한 행위를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선한 마음을 모으는 것에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것이다. 연일 이어지는 전쟁의 소식을 외면하기보다, 내가 지금 여기에서 어떠한 선한 행위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싶다.


'세계평화를 빕니다'

라는 말이 너무 거창해서 적어놓고 멈칫하게 되지만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드린다.


세상 모든 이들이

평안하기를... 안전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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