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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괴괴랄랄 Dec 12. 2023

캐나다에서 방문한 코미디바

쏘리 벗 알러뷰 다 개노잼

아마 짐 캐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짐 캐리가  -배꼽 OUT 배꼽 OUT- 인간인지는 모르겠지만

코미디의 대가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 짐 캐리가 캐나다의 코미디바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시작했다는 것도.

그래서 캐나다에 스탠드업 코미디에 대한 나의 기대는

록키 산맥 그 자체였다.


그렇게 나는 홀로 코미디바를 방문했다. 


첫번째 코미디바, COMEDY BAR(Ossington)

그 날은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순수 캐네디언 코미디 배우들만 출연하는 날이었다.

드디어 캐나다의 개그문화를 체험할 수 있을거란 생각에

개같이 두근거렸다.


쏘리 벗 알러뷰 다 개노잼

...

토익 LC 성우 아줌마는 친절한 편이었다.

코미디 배우들은  잔뜩 상기돼서 알아듣지 못하는 슬랭을 남발했다.

내 옆자리 외국인은 숨 넘어가게 웃어댔다.

나는 철저하게 오만상이었다.

병먹금은 내 제 1전공이니까


무대 위에 코미디 배우가 

무려 코미디바에 와서 정색을 빨아대는 동양인을 캐치해버렸다.

이제 그는 내가 알아듣든 말든 상관없이

내 눈만 바라보며 난생 처음듣는 슬랭과

기괴한 음담패설을 거의 배출했다.


한 시간 가량 5명 넘는 코미디 배우가 돌아가면서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노잼 개그를 남발했고 

내 광대는 요지부동이었다.


모든 것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내가 어제 누구랑 잤다'

'내 성적 취향은 엉덩이'

저렇게 저질스러운 말을 저렇게 노잼으로 하다니

죄악 그 자체라 개정색으로 응징할 수밖에.



두번째 코미디바, YUK YUK COMEDY BAR

백인, 아시안, 흑인 외에 LGBTQ까지

다양한 인간들이 나오는 코미디 무대였다.

어떤 아픔도 해학으로 승화한 

풍자의 민족에게서 태어난 인간이라 그런걸까.

나는 아시안, 흑인들의 별 거 없는 농담에

저항없이 웃어버렸다.

게이들이 하는 자학 개그가 

아시안, 흑인들이 하는 재연 개그에

웃지 않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내가 봤을 때는)

그래서 그들이 더 작아졌나?

더 우스워졌나?라고 물었을 때

단언컨데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다.


그들이 겪어온 수많은 조롱이

그저 남들을 웃길 수 있는 힘이 된 것뿐이었다.

나는 그래서 많이 당해온 사람들의 개그가 재밌다.

아마 그래서 백인개그가 노잼이었나보다.

인종차별인가;;

하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건

내 광대는 캐네디언 개그에 무응답이지만

우리네 아시안 개그에 그들은 개빠갬


굳이굳이 혼자 코미디바에 갈 정도로

나는 희극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멀리서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라는 말이 비극적으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지독하게 괴로웠던 일들이 

멀리서 회상할 때면 

마음의 소리 에피소드 1 정도 돼버리니까.

그래서 가끔 비극이 다가올 때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수집한다.

언젠가 더 멀리 있을 때 더 많이 웃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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