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둔하지 마십시오.
내 칼이 무디면 다른 칼을 갈아야하니까요
난 진짜 둔한 편이다.
모든지 잘 참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그냥 남들보다 느리게,
어떨 때는 아예 못 느끼는 사람일 뿐이다.
밖에서 넘어져서 무릎에 피칠갑을 해도
엄마가 뭐라할 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내 물건을 누가 훔쳐가도 없는 줄 모르고
한참 뒤에나 찾아 헤맸다.
내가 무뎌서 남을 찌르지 못하고
둔해서 찔려도 아프지 않다는 건 편한 일이었다.
근데 요즘은 그게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꺼 하나 못챙기는 둔한 사람인데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내 이기심의 영역이 돼버렸다.
이제 내가 챙기지 못하고
다쳐도 모를까봐 신경쓰인다.
내가 무딘 탓에 더 날카롭게 갈아야했을
다른 사람들의 예민함이 신경쓰인다.
조금 뾰족해서 내 표면적이 좁아지더라도
이제는 좀 더 예민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