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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야 Apr 21. 2024

4화. 커터칼과 나의 손목

자기혐오.원망

그냥 차라리 그때 내가 죽어버렸으면

집에서 나는 일어서야 한다는 것을 알아채고, 부모님에게 예쁜 아들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되지는 않았다. 나는 골똘히 생각했다. 


'왜 나는 아프고, 왜 이리 소심하고, 세상은 고통스럽고, 해도 안 되는지'


이 생각에 답을 찾았다. 죽으면 이런 생각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고통은 현실과 이상이 다를 때 발생한다고 했던가, 살아있는 게 고통스러웠다. 그렇게 나는 방에 틀어박혀 커터칼로 내 손목을 긋기 시작했다. 누가 방법을 죽으려는 방법을 가르쳐준 것도 아니었다. 스스로 세상에 나올 때부터 방법을 알고 있던 걸까. 우울이라는 게 해리포터의 디멘터들처럼 조용히 접근하여 영혼을 노리고 있었던 것 같다.


얼마 못 가, 어머니에게 나는 방에서 칼로 내 손목을 긋고 있다가 걸리게 되었다. 내 손목에 생긴 붉은 줄들을 보고 어머니가 울기 시작했다. 나는 당황했다. 그간 형의 그늘에 있어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했고, 실상은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서로가 사춘기 싸우기만 했던 중학생이던 형은 소식을 듣고 바로 약과 반창고, 붕대를 사러 갔다. 왜 그랬냐고 부모님이 물었다. 나는 그때 죽었어야 했다고 답을 했다. 과연 왜 내가 저런 답을 했는지 복합적인 사연과 원인이 있었겠지만, 속이 후련했다. 


어머니의 스탠스와 다르게 아버지는 나를 크게 혼내셨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말리셨다. 사실 죽으려고 생각한 얘에게 혼내려고 해 봤자 어떤 심경 변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상황이 진정되고 부모님 앞에서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간 울음을 한 바가지를 토해냈다. 


다음 날엔 학교에 붕대를 감고 등교했다. 선생님들과 친구들은 왜 붕대를 감았냐고 물었고, 뜨거운 물을 엎질러 화상을 입었다고 말을 했다. 모두에게 거짓말이 먹혔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친했던 친구가 거짓말하지 마라고 하며 나에게 팔을 그었냐고 물었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다른 누구도 눈치를 채지 못했지만, 가장 친한 친구가 이걸 눈치채리라고 전혀 몰랐다. 


저 때, 어머니가 아버지를 말리시는데 실패하고 아버지가 나를 혼냈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이미 인생의 방향을 엇나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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