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통해 얻은 경험은 자산이 되어 돌아온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새벽 비행기를 타고 돌아왔다.
자취방에 돌아오자마자 방 청소부터 했다. 모든 짐들이 뒤숭숭하게 흩어져 있었기 떄문이다.
안타깝지만 현실로 돌아왔다.
일주일 간 베트남 혼자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태국에 이어서, 동남아 여행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이번 여행은 색달랐다. 그래서 더 재밌었다.
혼자 여행을 다녀왔지만 누군가의 아바타가 되어서, 내가 조정당한 여정이었다. 무계획으로 온 여행이었지만, 누군가 계획을 그때마다 만들어서 즐길 리스트를 만들어졌다.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나 맛집을 알려주기도 했으며, 걷다가 너무 더워서 쉬고 싶을 때 근처에 아름다운 카페 위치를 알려줬다. 브런치에는 익명으로 남기지만, 정말 고맙고 착한 분이다.
INFP 특성상 무계획 여행을 좋아하며 짐도 전날 후다닥 싼다. 계획 있는 여행을 싫어해서가 아니다. 단지, 계획 만들기가 귀찮아서이다. 가끔은 ENFP 성향도 나오기도 한다. 새로운 걸 추구하며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여행 가기를 좋아한다. 일정과 숙소만 정해지면 즉흥적 여행을 선호한다.
항상 혼자 여행을 떠나고 돌아오면, 이유 모를 우울감에 빠졌다. 26살에 다녀온 일본 기타큐슈 여행, 27살 태국 방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번 여행을 달랐다. 2달 가까이 보고 있는 마지막 5차 면접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녀오고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여행 자체에서 기대했던 부분이 없고, 단지 힐링을 위한 목적이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여행을 하는 동안 평균 31,265보를 걸었다. 새벽 비행기로 도착을 해서 피곤했던 첫날도 16,661보를 걸었으며 29일에는 43,931보를 걸었다. 가끔은 그랩 택시를, 주로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는데 계산해 보니 총 37회 탔더라. 비용은 베트남 돈으로 228만 2천 동으로 약 13만 원 정도이다. 이동수단도 많이 타고, 또 그만큼 걸은 덕분에 다양한 경험들을 하고 왔다.
좋은 경험도 있었고 나쁜 경험도 있었다. 되돌아보면 다 추억이고, 내 자산이더라.
약 20만 원의 특가 비행기표 다녀왔기에, 기내식이 없는 제주항공부터 베트남 LEE&TEE 매장에서 사 온 가죽 카드 지갑을 한국 도착 다음 날 잃어버린 에피소드까지. 숙소 근처에 너무 맛있는 쌀국수 식당이 있어서 삼일 동안 4번 연속으로 먹기도 하였다. 쌀국수 맛집을 찾아갔는데, 정말 쌀국수만 팔아서 그랩 오토바이를 타고 스프링롤 맛집으로 찾아가기도 했다. 단지 간식을 먹기 위해서 말이다.
구글 후기를 보고 최대한 안전한 라이브 바를 갔으나, 해피벌룬을 한 약쟁이가 시킨 맥주 한잔 때문에 30분째 못 나갈 뻔하기도 했다.
해피벌룬은 마약풍선으로 베트남 가서 절대 하면 안 된다.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다가 옆에 중국인과 친해져서 맥주를 얻어먹기도 했다. 그 친구는 영어를 못해서 구글 번역기로 중국어-한국어로 소통했다. 아무 술이나 다 시키라고 했지만 2시간 전에 라이브 바 사건이 있었기에 매우 조심스럽게 맥주만 시켰다. 또 처음에는 본인을 한의사로 소개했다가 갑자기 사업가로 직업을 바꿔서 더 의심을 하게 되었다.
그나저나 맥주들은 깔끔하게 계산을 해서 다행히 편안하게 집에 왔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핵심. 아바타 여행이다. 영화 아바타를 보면, 특수 캡슐에 들어간 후 정신을 아바타와 연결하고 아바타를 조정했다. 특수 캡슐만 없었다. 그저 누군가 추천해 주는 장소로, 음식을 먹으러 가는 여정이었다.
항상 재능과 끈기가 부족해서 스스로 좌절했었다. 사회와 회사에 맞춰가기 위해 매일 노력했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을 하면서 꺠달았다. 나는 '재능'과 '끈기'가 부족한 게 아니라 새로운 걸 하기 좋아하며 그만큼 추진력이 있었다.
단체와 조직 생활은 나에게 맞지 않다. 나는 혼자가 편하며, 조직이 아닌 소수의 편안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더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이상 사회와 회사에 맞춰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가 나를 맞춰주는 조직을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만큼 회사 내에 성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불안했던 스물아홉, 서른 살에 설렘으로 다시 찾아왔다.
여름방학 때 어학연수로 프랑스를 보내줘서, 3주간 프랑스어 코스를 듣고 15일간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돌아오는 해에는 체코로 교환학생을 1학기 다녀왔다.
해외여행은 금전적 여유가 있는 사람만 가는 게 아닌지 의문점을 가지는 사람도 있다. 일본의 경우, 왕복 12만 원 비행기표와 함께 하루에 1만 원짜리 게스트하우스에서 잤다. 식당도 한국 사람들이 주로 찾아가는 고급 식당을 가기보다 현지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음식점을 이용했다.
배고플 때, 구글 지도를 켜고 근처 음식점 중에 구글 후기는 좋고 음식 가격은 현지 물가에 맞춰진 곳으로 다녀왔다.
누군가 한번 해외 다녀올 때 100만 원, 200만 원 호캉스를 경험할 때 나는 해외 3번 다녀오는 걸 선택했다. 호캉스가 잘못된 게 아니다. 각자 여행 방식이 있는 거고 힐링하는 방식이 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더 많이 눈으로 보고, 손으로 경험해야 한다.
당장 내일이라도 옷 두 벌을 들고 배낭여행을 해서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꿈과 직업을 일찍 정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준다. 충분한 경험이 없다면 잘못된 선택을 하여 되돌아가게 된다. 조금 늦더라도 몸으로 부딪쳐 보는 삶을 살아갈 때, 본인이 진정하게 원하는 걸 알 수 있다.
더 많은 걸 보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내 욕심과 생각을 버리게 된다.
남들과 같은 방향을 갈 필요 없다. 내가 걸어가는 길을 믿을 때, 스스로 길을 개척할 수 있다. 남들을 따라가면 모방하는 사람에 불과하지만 길을 만들어내면 개척자이다. 그리고 사업자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남을 위해서가 아닌 나 스스로를 위해서 선택을 하게 된다. 내가 무엇을 먹을지 어느 장소로 이동할지. 만약 내가 시킨 음식이 맞지 않거나 휴무여서 발걸음을 되돌려야 한다고 해도, 내 책임이다.
남을 탓하기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책임감을 배울 수 있다.
또 다양한 선택지에 있어서 내 취향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선택의 연속으로 취미가 될 수 있으며 내 직업 또는 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작은 발걸음이 나를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을 더 강하게 만들어준다.
혼자 여행을 고민하고 있다면, 당장 이 글을 닫고 비행기표를 결제하고 와라. 조금 망설여진다면 다음 베트남 여행 에세이를 전체 읽어봐라. 당장 내일이라도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것이다.
돈과 명예가 중요한 게 아니다. 세상을 넓고 갈 곳은 많다. 젊은 날의 여유 그리고 특권을 즐겨야 한다.
그래야 인생에서 힘든 문턱이 있을 때 조금 더 강하게 극복할 수 있다.
이번 매거진은 단순하게 호찌민 여행을 일어났던 일들만 작성되어 있는 게 아니다. 여러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내가 느낀 인생의 교훈을 그리고 조금 더 젊은 나이에 알아야 할 인생 상식을 알려주고 싶어서 작성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