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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변태

by 아포드

완전변태는 '완벽한 변태 성향'을 뜻하는 것이 아닌 곤충이 알에서 성충에 이르기까지는 발달과정의 한 유형이다. 또 다른 유형은 불완전변태이다. 별로 관심이 없어 몰랐을 이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불완전변태는 번데기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유충이 그대로 자라서 성충이 되는 경우다. 그렇다 보니 몸집은 커졌지만 외모 자체는 유충시절과 비슷한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는 바선생이 있다...


하지만 완전변태는 다르다. 유충에서 성충으로 가기 전에 번데기 과정을 거치는데 그 번데기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너무나 경이롭다. 번데기 안에서 애벌레의 몸에 다리가 자라나고 날개가 자라나고 하는 게 아니다.


일단 번데기가 완성되고 나면 안에 있던 애벌레는 녹아서 사라지고 액체만 남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액체를 양분으로 기존과 전혀 무관한 제2의 생명체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완전변태 곤충의 유충과 성충은 과연 동일한 존재라고 볼 수 있을까?


머리 아픈 철학적 질문은 나중에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하고 여하튼 대표적인 완전변태 곤충으로는 나비가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런 변태 과정은 글을 쓰는 도중에도 일어난다. 적어 내려간 생각이 예상한 그대로 자라나 문단을 이루고 한 편의 글로써 불완전변태하는가 하면 반쯤 썼다 싶은 산문이 갑자기 녹아내리고 한 편의 시로 탈바꿈한다거나 우스갯소리로 넘기려던 몇 자의 메모가 수천 자에 이르도록 덩치가 커지는 완전변태를 하기도 하니 말이다.


때로는 낱알에서 태어난 생각에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일 수 있는 즐거움이 때로는 되다만 생각의 물거품을 수분 삼아 의외의 새싹을 틔우는 즐거움이 있다.


완전변태는 무엇으로 변모할지 모르는 극적인 반전이 그 매력이다. 글을 쓰는 도중 처음 보는 자신의 낯선 내면을 발견했다거나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무언가를 저절로 깨달은 경험이 있다면 그 순간이 바로 완전변태를 경험한 순간이다.


턱을 괴고 사색을 하는 동안 머릿속 소우주를 그저 맴돌던 고립된 뉴런들이 극적으로 서로 간의 교신에 성공해 일사불란하게 빛을 내며 전에 없던 은하를 이룬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달의 뒷면을 직시하는 기적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좀 더 넓혀 생각해 보면 삶도 그렇다. 원하고 바라던 대로 흘러가지 않는 나의 삶과 모습을 바라보면서 쉽게 실망과 절망에 젖을 때가 있다. 하지만 혹여나 모르지 않은가? 기존의 내가 녹아내리고 새로운 나로 재구성되고 있는 중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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