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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AI로 그리고 해설하기

by 아포드

백 장의 글보다 한 장의 그림이 더 자세한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그림을 배운 적은 없지만 순간적으로 든 느낌이나 생각을 머릿속에서 그려보곤 하는데 그림에 기초가 없다 보니 그 이미지를 표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죠. 그리고 그걸 표현해 보겠다고 갑자기 미술에 진지하게 입문할 만큼 그림에 관심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면 아직 쉽게 대답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AI 덕분에 글로도 그림을 그려볼 수 있죠. 사실 여전히 발전 과정 중에 있는 분야지만 그 발전 속도는 너무나도 빠르네요. 작년에도 AI 프롬프트를 사용해서 그림을 그려볼 수 있었죠. 물론 그 또한 대단한 기술이었으나 사실 색감이나 디테일을 조절하기는 힘들었고 저품질이지만 재미로 그려 볼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었어요.


그렇게 한동안 흥미를 잃었다가 최근에서야 다시 만나보게 된 AI 그림 실력은 비약적으로 향상되더군요. 물론 여전히 제 생각을 100%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이제 분위기나 색감 같은 디테일한 부분을 조금이나마 만져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아주 고무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AI로 그림을 한 장 그리고 그에 따른 해설을 덧붙여볼까 합니다.





오해


저는 이런 그림을 그리고 '오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해설을 읽기 전에 어째서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는지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수수께끼를 맞혀보는 기분으로 잠시 유추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싶네요.





해설은 이렇습니다. '오해' 말 그대로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는 그 오해입니다. 오해는 좋은 것을 나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기도 하고 나쁜 것을 좋게 여기게끔도 하죠. 거기서 우리는 헛된 기대를 쫓느라 가까이 있는 기회를 놓치기도 하고 그로 인해 상처 입고 피폐해져 절망할 때가 있습니다. 또 그러면서도 다음에는 그럴 리 없다는 희망을 기약하기도 합니다.


가운데 크게 그려진 두 행성은 만남을 뜻합니다. 깨끗한 노란색을 맞대고 있는 저 둘은 서로의 노랗고 깨끗한 면에서 공통점과 호감을 느끼며 서로를 끌어당기고 있어요. 그러나 각자의 반대면에는 서로가 모르고 어쩌면 환영받지 못할 면들 역시 존재하고 있습니다.


현재 바라보고 있는 면에 한해서는 형제 행성처럼 사이가 좋아 보이지만 사실 뒷면은 파랗고 빨간색으로 전혀 다른 존재들이기도 한 거죠. 심지어 깨지고 망가져 검게 잠식된 부분도 보이고 고르지 못하고 거친 표면도 보입니다.


마주 보고 있는 면은 희망, 행복 등을 상징하는 노란색으로 표현해 봤습니다. 그런데 노란색은 한편으론 변덕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저 노란색이 뒤편에 있는 다른 색을 만나게 되면 예기치 못할 변덕이 발생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했습니다.


깨지고 일그러진 부분의 표현은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부족함, 결여 그리고 이미 겪어온 오해들로 입은 상처를 의미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보기 좋고 매끄러운 면을 표방하며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그렇게 저 둘은 또다시 서로를 속단하고 눈앞에 보이는 면에만 집중하며 결국 재차 오해를 쌓아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배경에 점처럼 희미하게 빛나는 별들은 세상 곳곳에서 같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암시했습니다.





화가의 손맛이나 테크닉을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부족하게나마 머리에 떠오른 이미지를 표현해 볼 수 있었다는 것 자체 상당히 흥미로운 경험이었네요. 좀 더 발전하면 단순 재미를 넘어서는 분야가 될 것 같습니다.


마치 영화감독이 영화에 직접 출연해서 연기의 맛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뒤에서 모든 것을 총괄하는 것처럼 AI 그리기도 결국 그림을 기획하고 총괄하는 것은 사람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것은 AI 툴을 활용해 만들어진 영화, 그림, 음악 등등의 예술도 인간의 감성을 여전히 이어나갈 수 있다는 단서가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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