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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 : 무한성편 관람 후기

by 아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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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0년대 황금기를 누렸던 홍콩 무협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이 하늘도 날고 가끔은 레이저 같은 것도 뿅뿅 쓰는 모습을 보며 손에 땀을 쥐었던 기억이 있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그토록 공중제비를 돌며 연신 장풍을 날렸을까?


바로 '복수'를 위해서다. 가난하지만 선량한 주인공이 어느 날 악당에게 가족을 몰살당하고 그 계기로 무술을 연마해 강해져서 복수를 위해 악당을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그렇다. 아주 클리셰 그 자체이다. 게다가 그때도 이미 또야? 하며 진부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그 클리셰가 2025년인 현재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본 '귀멸의 칼날' 시리즈는 해당 클리셰를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붙들어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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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의 내용을 한 줄 요약하자면 위에 이미 적은 문장에서 방정식처럼 단어 몇 개만 교체하면 된다. '가난하지만 선량한 주인공 탄지로가 어느 날 오니에게 가족을 몰살당하고 그 계기로 검술을 연마해 복수를 위해 오니를 찾아간다.'


이 단순한 클리셰는 수많은 흥행 기록을 남기고 결국 대미를 장식할 3부작 중 그 첫 번째를 공개했고 나름의 감상 포인트를 적어볼까 한다.



버릴 것 없는

최근에 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틀어서 이렇게 한 톨도 빠뜨림 없이 맛있는 장면으로 구성된 작품은 본작이 유일했다. 평소의 나답지 않게 중간에 화장실을 한 번 다녀오게 되고 말았던 사실이 야속할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딱히 클라이맥스 부분이 아닌 중간중간 조연들이 등장하는 장면들에서도 그 캐릭터들의 특징을 흥미롭게 묘사했고 성우들의 억양이나 인상적인 효과음의 배치는 스토리 흐름상 존재하는 별것 아닌 장면에서도 몰입의 끈을 놓지 않게 끔 해준다.


모든 반찬이 만족스러운 잘 차려진 정식을 한 끼 먹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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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장르가 가진 특성상 드라마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한창 진행 중인 치열한 전투 사이사이에 회상씬이 필연적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이 부분을 잘 못 건드리게 되면 마치 고기반찬에 곁들여진 야채들처럼 외면받기 십상이다.


실제로 회상신을 채택한 영화들을 보면 "회상신이 좀 지루하긴 했.."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관람평이 달린 경우가 많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야채를 곁들이는 솜씨는 보통이 아니다.


회상신은 보통 주인공이 극적인 힘을 발휘하기 직전에 폭풍전야처럼 존재하는 형식적인 구간인 경우가 많지만 본작은 좀 달랐다. 회상씬에 흥미로운 사실들과 별도의 스토리를 챙겨 넣음으로 메인 스토리에 버금가는 몰입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특히 상현의 3위를 차지하고 있던 아카자의 숨은 서사 배치는 인상적이었다. 악당에게 깊은 서사를 두면 스토리가 유치해지지 않고 입체적이고 깊이 있어지는 효과를 잘 이용한 것이다. 덕분에 1차원적으로 악당은 무조건 미워하고 주인공은 응원하는 관점 보다 좀 더 많은 감정이 교차되는 관람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회상신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있을 것이다. 그들은 전투 도중에 갑자기 텐션이 떨어지는 것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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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감

극장판이 아닌 TV 시리즈 때부터도 도드라지는 특징이다. 전투 장면에서 등장하는 시각효과들은 그 살상 능과는 다르게 아주 아름다운 색채감으로 표현된다. 이런 특징은 단순히 제목을 띄우거나 프레이즈가 넘어가는 순간 잠시 띄우는 화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작은 부분에서까지 작화를 통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했다는 점에서 정성과 세심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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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개인적으로 영상물에서 스토리 보다 훨씬 큰 비중을 두는 부분이 바로 연출이다. 그리고 진부한 스토리의 귀멸의 칼날이 이토록 기록적인 흥행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연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연출이라는 것은 작품이 가진 가진 모든 핸디캡을 뛰어넘고 관객의 심장에 일격을 가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극장에 팬티를 3장 가져갔다는 둥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본작 특유의 가슴 벅찬 연출에 있다.


어디까지나 '무한성'이라는 실내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그려내야 하는 조건에서도 연출을 통해 공간감 넘치는 광활한 스케일을 표현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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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아직 2편이나 더 남았다니


그들은 어떻게 하면 관객의 흥분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와 그것을 폭발시킬 적절한 타이밍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마지막이 될 3부작 중 아직 첫 번째에 불과한 부분에서 벌써 이만한 장면을 보여줬다는 것은 아마도 여전히 충분한 여력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그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덕후들을 거느리겠다는 포부를 밝힌 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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