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군가에게 고민상담을 신청하는 타입은 아니다. 그렇게 해서 딱히 효과를 느낀 적도 없지만 고민을 털어놓으면 자꾸 해결책을 제시하고 억지로 밝은 면을 찾아서 긍정을 덮어 씌우려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썩은 치아를 치료하지도 않고 금니부터 씌울 심산인 치과의사의 무책임함과 비슷하다.
위로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힘내! 다 잘 될 거야! 파이팅! 이런 말들이 항상 만병통치약으로써 작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누군가에게는 그런 원색적인 긍정이 부담스럽고 눈이 부실 수도 있다.
애니메이션 '인 사이드 아웃'에서 여러 번 돌려봤던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기쁨이 전력을 다해도 위로받지 못하던 주인공을 슬픔이 위로해 내는 장면이다. 부정적인 감정이 생겼다고 해서 억지 긍정으로 브레이크를 걸었다 한들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부정에 힘차게 달릴 수 있는 철길을 제공해 멀리멀리 떠나갈 수 있도록 동조할 필요가 있다. 감정은 가둬놓는 것이 아니라 흘려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꿈들은 스쳐 지나가고
전 재산을 가져와도 1분의 시간도 살 수 없다.
모든 것은 바람 속에 날리는 먼지에 불과하고
우리 또한 그렇다.'
Kansas의 'Dust in the Wind'에 담긴 노랫말이다.
이 허망하고 비관적으로 보이는 노랫말은 그 어떤 긍정보다 큰 위로를 줄 때가 있다. 결국 세상은 고만고만하고 평등한 먼지가 되어 사라질 것들이니 너무 연연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간의 관성에 의해 나도 모르게 사후강직처럼 움켜쥐고 있었던 관념들 중에는 따로 신경을 써야 놓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럴 때 들려오는 이 노래는 끈덕지게 달라붙은 관념에 분무할 수 있는 끈끈이 제거 스프레이 같은 효과가 있다.
세상에 있어 혹은 누군가에게 있어 생각보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에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히려 특별하지 않아서 자유롭고 특별하지 않아서 편안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위로를 넘어 행복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