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새는 수전을 고쳐보자

by 아포드

집에서 부디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가장 곤란한 문제 중에는 전기, 가스, 물과 관련된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 3가지 중에 하루라도 쓰지 않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들 중 물에 당첨되고 말았다.


수전 이음새에서 물이 새는 것을 발견

아 진짜.. 너무 싫다. 수전에서 물이 새다니.. 앞으로 일어날 귀찮고 곤란한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펼쳐지며 나의 뇌를 괴롭힌다.



일단 오픈

아무래도 수전 안에 들어있는 패킹이 손상된 것 같아 열어보기로 한다. 열기 전에 오늘이 금요일 저녁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수전을 함부로 열었다가 상황이 악화되면 주말이라 사람을 부를 수도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일단 임시방편으로 밑에 물받이를 두고 주말이 지난 후 생각해 봐야겠다는 논리와는 반대로 스패너를 쥔 내 손은 이미 너트를 돌리고 있었다.



과연 손상되었다. 저기 보이는 한쪽 틈으로 물이 새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사실 패킹을 고쳐 끼우는 정도의 얄팍한 수로 이 일이 해결되기를 바랐다. 마치 전원이 좀처럼 켜지지 않던 세탁기가 주먹으로 내리치자 고쳐지는 요행처럼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요행을 일어나지 않았다. 다시 조립한 수전에서는 더 이상 물받이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정도가 아닌 양의 물이 줄줄 새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수도 밸브를 잠그고 싱크대는 사용 불가 상태가 되었다.


패킹을 구하기 위해 밖에 나가서 철물점을 찾아봤지만 전부 문을 닫았다. 그러다가 문이 열려있는 수도 설비 업체를 찾았을 때는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주인은 정말이지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면서 '에이 그런 건 없지'하며 보고 있던 TV화면을 향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


수도 설비 업체에 이런 기본적인 패킹이 없을 리는 없을 테니 그는 그런 돈도 안 되는 걸 파는 게 귀찮았던 것 같다. 혹은 자신에게 수리를 요청하고 수리비를 받는 편이 훨씬 이득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도 사람을 두고 TV나 바라보는 아저씨에겐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지 집으로 돌아온 후 네이버 쇼핑으로 패킹을 주문 후 싱크대에게 불평을 해야 할지 세면대에 감사해야 할지 모를 며칠을 보낸다.


아! 패킹이 드디어 도착했다. 주말이 끼어있어서 배송은 더 오래 걸리긴 했지만..




부디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전을 다시 분리한다.




오른쪽 편심에 삐죽 튀어나와 있는 것은 정수기로 가는 수도 어댑터다. 물이 안 나와서 싱크대도 사용하지 못했지만 정수기 또한 파업 상태였다.




참고로 나는 싱크대 아래 설치하는 직수형 정수기 필터를 사용하는데 렌털로 월 이용료를 내는 일반적인 정수기 보다 훨씬 저렴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정수기 기사를 맞이해야 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그냥 1년에 한 번 정도 필터를 주문해서 교체해 주면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패킹을 끼워 넣자 거짓말처럼 물이 더 이상 새지 않는다. 정수기로 가는 튜브도 연결한다.




물이 새지 않는 것을 확인했으니 튜브를 고정하는 너트도 조여주자.



드디어 정수기까지 재가동. 직수형 정수기는 저렇게 파우셋을 달아서 조리수로 콸콸 쓸 수 있는 게 장점 중에 하나다. 며칠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인 물을 좀 빼준다.



며칠간 수돗물을 끓여 마시면서 느낀 건데 수돗물은 끓여도 남아있는 특유의 냄새가 있다. 그게 크게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며칠 만에 느껴지는 미끈한 정수기 물맛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진다.



싱크대를 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혜택인지 느끼게 해 준 며칠이었다. 이 혜택감을 잊지 않고 늘 간직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행복한 삶일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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