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에 들어선 나는 한편에 차곡차곡 쌓아 올려진 무수한 직육면체들 앞에 서서 의문을 제기한다.
맛있나요?
유명해요.
사볼게요.
별도의 상자를 마련했다는 것은 특별하고 여린 것이 들어있다는 의미다. 얼마나 특별하고 얼마나 여린지 궁금증을 풀기 위해 그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보문산 메아리'라는 이름이 상자 곳곳을 돌고 돌며 말 그대로 메아리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상자를 열자 지극히 평범한 외모가 마중을 나온다. 흔히 '몽블랑'이라고 부르는 장르의 빵이다. 그런데 유독 결이 촘촘하고 조밀하다. 그리고 성심당은 그것을 '등고선'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그 등고선을 따라 떼어낸 조각을 커피 혹은 산양우유와 함께 즐길 것을 권했다.
나는 지금까지 빵은 우유와 함께 먹는 것을 좋아해 오기는 했지만 한편으로 그것은 치사한 편법이기도 하다. 어떤 빵은 본래 맛이 없지만 우유와 만나는 순간 극적으로 맛있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면인 이 빵은 아무것도 곁들이지 않고 맛보기로 한다.
일단 결 따라 뜯어지는 그 촉감이 좋다. 촘촘히 감긴 두루마리처럼 몇 바퀴든 풀려나갈 것만 같아 장난기를 솟아나게 한다. 적당한 수분을 머금고 있다. 그로 인해 입에 들어간 첫인상은 소란스러운 바삭함 대신 단정한 결이 맞이한다.
그 뒤에는 두 단계의 단맛이 온다. 표면은 조금 더 달고 안쪽은 당도를 조금 더 낮췄다. 그래서 마치 불꽃놀이처럼 순간 반짝였다가 여운을 주며 사라지는 맛의 연출이 좋았다. 그러나 이 빵을 평범에서 좀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린 것은 바로 식감이다.
차분하게 바삭한 이 식감은 마치 밀랍을 닮았다. 밀랍의 식감과 반짝이는 단맛의 교차. 이건 혹시 보문산의 벌집을 표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중요한 것은 칼로 자르면 이 느낌이 나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다. 이 빵은 반드시 뜯어내진 표면에서 오는 불규칙적이고 보슬보슬한 결의 질감의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식감을 감상하는 마음으로 계속 뜯어내다 보니 어느새 하나를 다 먹고 말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배가 부르지는 않았다. 이것은 의외로 양이 적은 것일까 아니면 배부름 없이 식감을 마음껏 즐기라는 배려일까.
빵을 먹은 후의 기분을 표현하며 마쳐보도록 하겠다.
이야기는 시시하지만 장면들이 아름다워
좋아했던 영화가 있다
멜로디는 유치하지만 노랫말에 가슴 아려
좋아했던 노래가 있다
수수한 맛과 그렇지 않은 식감을 지닌
이 빵도 그렇다
보문산의 풍경이 펼쳐진다
보문산 따위 가본 적 없는데도
보문산의 메아리가 울려온다
야호 따위 외친 적 없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