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 프리쉬(Celine Frisch)-바흐 파르티타

by 아포드

FM Classic을 켜놓은 채 내가 애장해 마지않는 아스토니쉬 먼지털이를 집어 들고 방 청소를 시작한다. 한창 방의 먼지들을 털고 있을 때쯤 정신없이 쏟아져 나오는 타건 음에 끌려 먼지털이가 지휘봉처럼 움직인다. 나는 확실히 피아노보다 하프시코드에 끌린다.


메커니즘에 관해 잠시 이야기해 보자면 피아노는 현을 때려서 소리를 내고 하프시코드는 현을 뜯어서 소리를 낸다. 따라서 피아노는 강약을 조절하기 용이하지만 하프시코드는 강약이 크게 반영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평면적이다.


그러나 하프시코드는 그런 특성 때문에 소리가 곧고 정직한 느낌을 준다. 면 요리로 치면 냉면처럼 맑고 정갈하다. 그런데 이 연주.. 듣고 있자니 점점 빠져든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강약에 있어서는 다소 평면적이라 맛보다는 식감으로 듣는 하프시코드 연주가 오늘은 감정을 꽤나 쥐락펴락한다.


먼지를 털던 손을 멈추고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DJ가 연주자의 이름을 부를 때까지 기다린다.


'셀린 프리쉬'


- 1974년 프랑스 마르세유 출신.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프랑스 모음곡》 등 바흐를 전문적으로 연주.

- 2020년부터 빈 국립음악예술대학교(mdw) 고음악 연구소에서 하프시코드 교수로 재직 중.


이렇게 또 좋은 연주자 그리고 음반을 알게 됐다. 바흐의 춤곡인 파르티타 전곡이 수록된 이 음반은 더블 앨범으로 약 2시간 30분에 걸쳐 연주된다. 2025년 발매인 이 앨범은 연주도 좋지만 녹음도 정말 훌륭하다. 다소 심심하고 평면적으로 들릴 수 있는 하프시코드의 연주를 진하고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쟁쟁거리면서 울려 퍼지는 금속성 저음 그리고 톡톡 부러지는 촉감이 너무 좋은 중고음이 도미노처럼 끝없이 이어져나간다.


양철지붕을 끝없이 두드리는 빗방울처럼 호수의 표면에 부딪쳐 산산조각 나는 석양처럼 마냥 바라보고 있게 만드는 마력이 그녀에게 있다. 오랜만에 사고 싶은 음반이 생겼다. 사진이지만 마치 초상화처럼 느껴지는 재킷 커버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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