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보낸 것도 글 경력이 되나요?

by 아포드

내가 처음으로 갖게 된 휴대용 전화기는 '모토로라'에서 나온 '스타택 2004'였다. 모토로라에서 96년에 출시 후 기념비적 히트를 했던 '스타택'의 후속작이었다. 이제 와서 되돌아보면 그 좁은 화면을 보면서 문자 메시지라는 것을 보내기 시작했던 것이 나도 몰랐던 글쓰기의 시작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후로 시간이 흐르면서 친구들은 "ㅇㅇ", "ㅋㅋ", "헐~" 등의 간편하고 쉬운 문자들을 남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는 해당 문구들을 전혀 쓰고 싶지 않았다. 왜였을까? 남들과 달라 보이고 싶어서? 무작정 유행을 따르는 것은 꼴사나우니까? 물론 그런 부분도 없진 않겠지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쓰는 글은 나와 같다'라는 생각이 무의식에 자리하고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글을 쓰게 되면 결국은 어디에 남는다. 종이 위에 남는다. 누군가의 폰에 남는다. 세계 어딘가의 서버에 남는다. '거기에 남아있을 나를 흐트러진 모습으로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라는 것이 지금의 해석이다. 그래서 나는 문자를 보낼 때도 자리를 잡고 시간을 들였다. 딴에는 문장이 앞뒤가 맞는지, 오타는 없는지, 비유가 적절한지, 이해가 용이한지를 생각해 보고 비로소 전송 버튼을 눌렀다. 간단한 답변이야 적당히 썼지만 글로 뭔가 설명해야 하는 장문의 경우에는 쓰면서도 골치가 아팠다.


과연 피곤한 일이다. 대충 쓰고 편해지면 될 것을 문장을 시작하면 이미 그 기질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문장을 시작하면 그것은 내가 되고 어딘가에 남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내버려두고 싶지 않다.> 결국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 '나'들을 가급적 만들어내고 싶지 않아서 글을 쓰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피곤한 글쓰기를 싫어하게 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느 온라인 매체든 댓글을 다는 일은 없었다. 영상이나 글을 읽고 고심해서 코멘트를 한다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어딘가 덩그러니 남겨져있을 '나'를 생각하면 쓸쓸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평생 글 같은 것은 쓸 일이 없을 거라고 단정하고 살아왔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어떤 이유에서인지 점점 신경이 쇠약해지면서 고생을 하게 된다. 마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고군분투하다가 생각나는 것들을 글로 적어내면 효과가 있다는 소리를 어디서 주워듣고 뭔가 적어보게 된다. 처음 적었던 글은 당시 각종 소음과 개 짖는 소리로 내게 피해를 주었던 옆집 거주자를 저주하는 글이었다. 불쾌함과 분노를 쏟아낸 그 글은 내용도 꽤나 잔인했다.


그렇게 무질서한 글을 쏟아내고 나니 또 느껴졌다. '내가 쓰는 글은 나' 그리고 이번엔 잔인함과 분노로써의 내가 남았구나.. 그래서 그 후엔 다른 나를 남겨보기 위해 나름 철학적인 주제를 정해서 글을 두세 편 쓴다. 어떤 생각을 누군가에게 전달해 보겠다는 의미로써는 첫 번째 시도였다. 생각지도 못한 비유들이 나오고 착각일망정 말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다 쓰고 나서는 그럴싸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종국에는 또 잠들어있던 기질이 나오면서 '역시 글 쓰는 것은 힘들어. 다신 쓰지 말아야지'라는 결론과 함께 다시 몇 년이 지나게 된다.


그리고 지금이 되었다. 나는 어째서인지 많지는 않지만 글들을 업로드하고 있다. 글쓰기가 힘든 것은 여전하다. 그렇지만 다신 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왠지 들지 않는다. 끙끙대면서 무거운 머릿속을 뒤지는 것이 좋아서? 많지는 않지만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사실 잘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그때의 내가 또 해석해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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