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대사로 돌아본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by 아포드

<대도시의 사랑법>이라는 제목은 관객이 쉽게 넘어올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춘 로맨스 코미디의 느낌이 났다. 깊이가 얕아서 바닥이 빤히 들여다 보이지만 그래서 물에 빠질 걱정 없이 물장구치기 좋은 한강 수영장처럼 말이다.


그러나 한강 수영장을 생각하고 가볍게 발을 담그는 순간 이 영화는 관객을 수심 깊은 바다로 끌어내린다. 그다지 깨끗하고 맑지 않은 깊은 수심 속에서 꼭 보여주고 싶은 무언가를 위해 핑크빛 캔디로 우리를 유인해야만 했던 이 영화. 그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지 영화 속 인상적인 대사들을 통해 알아볼까 한다.



"네가 너인 게 어떻게 네 약점이 될 수 있어?"

자신이 동성애자인 것을 숨기고 살아가는 주인공 흥수 그리고 마치 오늘만 살 것처럼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나머지 미친년 소리를 듣는 또 다른 주인공 재희. 일반적이지 않은 이 둘은 스무 살이라는 시간대 아래 같은 대학에서 만나게 된다. 재희는 우연히 흥수의 동성애 행각을 목격하게 되고 흥수는 숨겨왔던 '약점'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순간 대사가 날아든다. '네가 너인 게 어떻게 네 약점이 될 수 있어?' 이야기의 정체성을 관통하면서도 낭만적인 대사다. 그리고 멋진 문장이다. 소설을 원작으로 둔 영화답게 군데군데 방점이 찍혀있는 대사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런 대사 뒤에는 관객들이 음미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침묵을 제공한다.


나는 나일 뿐인데 세상은 나를 멋대로 부정하고 분류하고 단정 짓는다. 그래서 이 대사는 "내가 나인 게 어떻게 내 약점이 될 수 있어?" 하고 재희가 자신의 입장에서 던지는 외침이기도 하다.




"집착이 사랑이 아니라면 나는 한 번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

흥수를 사랑 남자 수호가 그를 떠나며 남긴 말이다. 이제 그만 세상 밖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진 수호는 계속 숨고 도망치며 음지에 머물고 싶어 하는 흥수에게 지치고 말았다. 수호의 말처럼 사랑은 집착이라는 필수 양분을 빌어 피어나는 새싹인지도 모른다.


다만 집착은 함량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는 성질을 갖고 있기에 그리고 사람마다 그 받아들임은 다르기에 그 결실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다.




"사랑은 보호필름 떼고 하는 거야. 이 겁쟁아!"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흥수. 그래서 사랑에 있어서도 방어적일 수밖에 없었던 그에게 재희가 화를 내는 장면이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이것저것을 재고 본전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혹은 다치는 것이 두려워 스스로 그어둔 안전선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규칙을 정해뒀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날것을 느끼려면 나 또한 날것 이어야 하고 상대방의 체온을 느끼려면 장갑을 벗고 악수를 청해야 한다.


극 중 재희는 여자로서 헤프다는 오해를 받으면서도 매번 보호필름을 떼고 상처 기꺼이 감수하는 순수하고 용기 있는 사랑법을 보여준다.



"난 보고 싶다는 말이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진짜 같아"

듣자마자 무릎을 치게 만든 대사다. '사랑'이라는 표현은 한편으로는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하다. 그것은 마치 '은하수'라는 아름다운 집합체에 소속해 있으나 달리 이름은 명명 받지 못해 쓸쓸한 개별 행성과도 같다. 그러나 '보고 싶다'는 말은 어떤가? 단순하면서도 솔직하게 그저 너를 마주하고 싶다는 뜻이다. 그러니 더 진짜처럼 느껴질 수밖에.




"흥수야 난 니 병 나을 줄 알았어"

극 중 흥수와 재희는 동거를 한다. 게이 남성과 여성의 동거이니 당연하게도 로맨스는 없다. 그러나 그것을 본 흥수의 어머니는 아들이 이성애자로 돌아왔다고 오해를 한다. 그리고 기뻐하며 흥수의 손을 잡고 말한다. '난 니 병이 나을 줄 알았다'라고.


나의 정체성을 '병'으로써 치부하는 엄마 그리고 그것이 나았다며 기뻐하는 엄마를 보며 흥수가 겪었어야 했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세상에는 기운을 무참히 앗아가는 격려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평범할 수 없어서 비난을 받는 두 주인공 흥수와 재희. 그들이 살아가기에 대도시라는 곳은 바라보는 많은 눈과 선입견이 존재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제목을 다시 읽어 본다. 대도시의 사랑법.. 이제는 달콤한 로맨스의 뉘앙스보다는 '대도시에서 눈밖에 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따라야 할 규칙' 말 그대로 대도시의 법이며 매뉴얼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비록 바뀌는 것이 없을지라도 그 법에 항거하는 두 주인공은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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