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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 속에 숨은 해로운 관계

by 아포드

음식도 해로울수록 맛있고 중독성이 강하듯이 관계 또한 해로울수록 달콤하고 자기도 모르게 집착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얼핏 보면 서로를 끔찍이 위해주고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저 서로에게 다디단 설탕을 번갈아가며 떠먹여 주고 있는 그런 관계 말이다.


좋은 관계는 당분 이외에도 필요한 영양소를 서로 떠먹여 주고 가끔 상대가 쓴 것을 먹여줘도 그 또한 나를 염려한 상대의 배려라는 것을 헤아리고 기꺼이 소화시킬 줄도 아는 건강한 관계이다.


해로운 관계는 달면 삼키고 쓰면 쓴 이유를 헤아려보지도 않고 뱉는 습관을 반복하던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났을 때 형성되곤 한다. 둘 다 단것만 삼키고 싶다는 공통점이 있고 서로가 그것을 해줄 수 있으니 관계는 결탁되고 빠르게 친해진다.


그리고 그들만의 논리로 정의된 왜곡되고 아름다운 세상을 꾸리기 시작한다.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잘못은 본인에게 있는 경우도 그 사람에게만 털어놓으면 '너는 마땅히 할만한 행동을 했고 잘못이 없다'라며 응원해 준다.


누구와 싸웠는데 내가 이상한 거냐 물으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싸운 그 누구를 함께 욕해주며 편을 들어준다.


내가 무슨 선택을 하고 내가 어떤 결과를 내든 항상 내 편을 들어주고 응원해 준다.


심지어 나의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도 '너는 이런 것도 잘할 것'이라며 추켜세워준다.


마치 개운해지기 위해 하는 고해성사처럼 상대에게 말만 하면 마치 예약이라도 해놓은 듯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해주고,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해줬으니까 나는 만족스럽고, 그게 옳았으면 좋겠고, 사실이라 믿기로 한다.


오늘도 너와 함께 할 수 있어 즐겁고 행복했노라며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인사한다.


어찌 보면 그들은 둘도 없는 절친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론 왜곡된 세상에 서로를 가두고 여기서 이렇게 있어도 괜찮다고 주문을 외우고 있는 것뿐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그 조악한 왜곡이 깨지고 한 번에 물밀듯 들어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순간이 필요할 때가 올 것이다.


서로 손을 꼭 붙잡고 한없이 침몰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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