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리포터 리네입니다. 요즘 로맨스의 흥행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는 영화가 있는데요. 저도 영화를 봤습니다만 얼마 전 코도리 씨가 이 영화를 친히 극장에서 봤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이 시간을 준비해 봤습니다.
리네 :
코도리 씨 안녕하세요? 최근에 극장에서 <만약에 우리>를 보셨다죠? 코도리 씨는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는 로맨스보다는 SF를 선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무슨 바람이 부신 거죠?
코도리 :
저에 대해 잘 알고 계시네요.(웃음) 사실 그 영화가 요즘 흥행한다는 소문은 얼핏 들었는데 말씀하신 대로 별로 볼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몇 달 전에 받은 무료 영화 예매권이 갑자기 머리에 떠오르지 뭡니까? 게다가 사용 기한이 며칠밖에 남지 않아서 부랴부랴 요즘 개봉작들을 검색했어요.
처음에는 <주토피아 2>를 보려고 했는데 개봉 막바지라 그런지 시간대가 심야밖에 없더군요. <프로젝트 y>는 뭔가 해서 봤더니 또 그놈의 범죄물이라 좀 지긋지긋해서 패스했고요. 그러고 나니 볼 수 있는 영화가 <만약에 우리> 하나가 남더군요. 그리고 저는 범죄물 보다 로맨스가 보다 만들기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리네:
오~ 그래요? 왜죠? 범죄물 보다 로맨스가 만들기 어렵다는 생각에 대해서 좀 더 들어보고 싶네요.
코도리:
두 가지 모두 단순할 수 있는 장르지만 그나마 범죄물은 다양한 인물들의 연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반면 로맨스는 두 사람이라는 한정적이고 좁은 공간 안에서 모든 걸 그려내야 하잖아요? 손바닥만 한 종이에 누군가를 감동시킬 만큼 조밀하고 풍부한 감성을 담은 그림을 그린다는 게 쉽지가 않은 것처럼요. 또 그만큼 식상함을 극복해 내기 가장 어려운 장르라고도 생각합니다.
리네:
그렇다면 로맨스 장르도 여러 인물들과 마구 사귀어대면서 연계시키면 되지 않을까요?
코도리:
....
리네:
아.. 뭐 됐고.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영화는 어떠셨어요? 저는 좀 심심하다 싶으면서도 또 어떤 장면에선 펑펑 울게 되더라고요.
코도리:
개인적으로는 꽤 과감한 시도가 있었다고 봐요. 로맨스라는 장르에서 그나마 관객을 애태우게 할 수 있는 카드가 '그래서 결국 이뤄지냐 헤어지냐' 이거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는 그 카드를 과감하게 버리고 이미 헤어진 상황을 전제로 했어요. 물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내용이기 때문에 '현재'를 다룬 분량에서 다시 이어질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영화의 흐름을 지켜보자면 보자면 그런 가능성은 열어두지 않았음을 알아챌 수 있었죠.
리네 :
듣고 보니 그럴싸하네요. 그래도 저는 헤어질 걸 알고 보는 것 자체가 좀 김 빠진 콜라 같았거든요. 현재를 다룬 분량이 흑백으로 표현된 것도 좀 답답했어요. 제작진이 부여한 나름의 뜻이 있었겠지만요. 그러니까 코도리 씨는 이런 점들에도 불구하고 뭔가 묘미를 느꼈다 이 말인가요?
코도리:
그게 말이죠. 이미 스토리는 기대할게 없어진 게 되잖아요? 그럼 남는 게 뭐가 있을까요? 바로 연출입니다. 그런데 스토리에 휘둘리지 않게 되니 오히려 차분하게 장면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조용히 두 사람의 오래된 사진들이 담긴 앨범을 한 장 한 장 들춰보는 느낌이었달까요? 이랬었구나 저랬었구나 하면서 그들의 추억에 쉽게 이입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두 사람은 결국 이뤄질까?'가 아닌 '두 사람은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까?'라는 신선한 관전 포인트를 갖게 하기도 했어요.
리네:
오호 그런 시각도 있을 수 있는 거군요. 근데 어쨌든 두 사람은 헤어졌잖아요? 제가 좀 극단적 F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남자 주인공 은호에 태도가 화가 날 때가 많았어요. 왜 초반에 커튼 열면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다 가지라는 둥 진짜 잘하겠다는 둥 오글거리는 멘트로 꼬셔놓고 나중엔 들어오는 햇빛도 커튼으로 가려버리고 선풍기도 자기만 쓰고 또 혼자 게임만 하더라고요? 남자들은 왜 꼭 사귀고 나면 그 모양이죠? 갑자기 또 혈압 오르네요.
코도리:
아 그 부분은 저도 공감합니다. 사실 관람 당시 제 옆자리에 여고생쯤으로 보이는 두 여학생이 앉아있었거든요. 그런데 말씀하신 그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개새끼네!"를 연발하더라고요? 역시 여성들에게는 그런 부분에 대해 이해를 바라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남자로서 은호의 심리상태에 대해 조금 대변해 보자면 직업도 꿈도 도무지 잘 될 것 같지 않은 막막한 상황에서 정원의 배려와 응원이 오히려 한심한 자신의 모습을 낱낱이 조명돼 보이게 만든다고 느낀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자기 자신에게 화를 냈어야 했을 것을 그것을 정원에게 쏟아내고 만 것이죠.
은호도 그런 자기 모습을 알고 있었습니다. 은호가 정원에게 화를 내더라도 몇 초 지나지 않아 금세 사과하는 장면들에서 그게 나타나죠. 그러나 화를 낼 대상이 틀렸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실수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여줘요.
리네:
여학생들이 귀엽네요. 아무튼 남자가 봐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드셨다는 거죠? 이유를 가져다 붙일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상대가 받은 상처까지 합당하다고 볼 수는 없으니까요. 그건 그렇고 로맨스 영화이니 만큼 달달한 장면들도 많았잖아요? 뻔히 알면서도 웃고 울게 만드는 장면들이요.
코도리:
리네 씨가 말한 것처럼 감성을 자극하는 장면들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좋았던 점은 그 감성을 과하게 끌어올리려고 무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너무 극적으로 몰아붙이면 보는 입장에서 유치하다고 느껴지거나 감정 소모가 심해지잖아요? 적당히 내추럴하게 좋았습니다.
또 옆에 앉았던 여학생들 이야기입니다만 그런 장면이 나올 때면 "미치겠다!"를 연발했어요. 본의 아니게 여성 관객들의 감상 포인트들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게 되었네요.
리네:
아 저도 가끔 극장에서 저도 모르게 말이 터져 나올 때가 있는데 아까부터 그 여학생들 저랑 좀 비슷한 데가 많네요. 저는 학생 신분 졸업한 지가 한참 전인데도 말이에요. 제가 아직 소녀 같은 데가 남아있는 거겠죠? 하하!
코도리:
아.. 네..
리네:
....
리네:
자! 그럼 영화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이나 소감이 있을까요? 있다면 그걸 들으면서 이 시간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코도리:
사람은 왜 매일 본다는 이유로 소중한 사람에게 소홀해지는 것일까? 혹은 소홀함을 넘어 무례해지기까지 하는 것일까?라는 인류의 오래된 숙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것을 되새기는 방법은 정녕 소실을 겪는 것 밖에 없는가 하는 것에도요.
그것은 비단 사람만이 아닌 물건이나 장소에도 해당하는 것을 보면 인간은 항상 새로운 것에만 반응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원망스럽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네:
그러게요. 한 곳에 만족하고 안주하면 생존율이 떨어지기에 자꾸 딴생각을 하도록 설계된 건가 싶기도 해요. 이유야 어쨌든 내 남자가 그러는 건 용서해 주지 않을 거랍니다! 아무튼 오늘 즐거운 시간이었고 다음에 또 다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럴 수 있겠죠?
코도리:
.. 글쎄요
리네:
자 그럼 오늘 여기까지 봐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