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우연히 수작을 발견했다. 게다가 보통 저런 풍의 제목은 한국식 넌센스가 가미된 희한한 제목으로 의역되곤 하는데 용케도 원제 그대로 표기하고 있다.
넷플릭스에 추천 목록에 있었던 이 영화는 섬네일만 봐서는 정말 재미없어 보인다.
무려 21년도 작품인데도 이제야 보게 된 걸 보면 역시 섬네일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영국 드라마는 꽤 흥행했던 소설을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
어졌다 원작자인 '사라 핀보로'도 역시 영국 출신의 여성작가이다.
절제된 고급스러움
총 6부작 중 첫 번째 에피소드를 클릭했을 때만 해도 작품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불륜이 가미된 로맨스물로 오해를 하고 있었지만 러닝타임이 15분쯤 흘렀을 무렵부터 서서히 흐르는 불길한 느낌에 스릴러물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여전히 불륜과 로맨스가 가미된 상태이긴 하다.)
하지만 방식에서의 상당한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데 섬찟한 장면이나 노골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등장인물들이 조금씩 내비치는 옅은 낌새와 작품 전반에 흐르는 뭔가 위태로운.. 그러니까 다들 괜찮아 보이지만 어딘지 수상함을 품고 있는 모습이 상당한 호기심과 몰입도를 불러일으켰다.
장르를 넘나드는 전개
중반에서 후반으로 접어들 무렵은 정말 과감한 장르 스위칭이 발생한다. 불륜과 스릴러 거기에 '유체이탈'이라는 자칫 작품의 밸런스를 망가트릴 수도 있었을만한 무리수가 부여된다.
놀라운 점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소들의 융합에도 작품의 본질이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냈다는 것에 있다. 이는 곧 유니크하고 기발한 작품의 탄생으로 이어지고 후반부에 대한 기대감은 배로 증폭된다.
관객을 속이는 여러 겹의 복선
흔히 '떡밥'이라고 불리는 복선의 설치가 섬세하고 수준급이다.
마치 잘 세공된 보석처럼 미세한 디테일은 작품 이곳저곳에 숨겨놓았다. 그렇게 작품 전반부에 걸쳐 설치된 복선들은 영화의 결말에서 화려하게 폭발한다.
수많은 반전 영화나 드라마들이 있지만 엔딩을 보고 이렇게 전율을 느낀 적이 과연 있었나 싶다. 겹겹이 정성 들여 설치해놓은 작품 속 장치들이 연쇄작용을 일으키며 와르르 무너진다.
총평
앞서 말했듯이 작품의 포스터나 섬네일이 그다지 임팩트가 없어서 그냥 지나친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넷플릭스 이용자라면 매우 추천하고 싶은 드라마라 할 수 있겠다.
후킹 한 장면으로 관객을 낚기보다는 밋밋한 느낌을 시작으로 분위기를 서서히 빌드업 시켜가는, 마치 촘촘히 짜여가는 직조물을 보면서 마지막에 무엇이 완성될지 기대를 품게 만드는 6부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