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동민 씨의 공개 레슨 영상을 몇 편 본 적이 있는데 그가 피아노 전공생들을 가르칠 때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피아노(여리게)'와 '포르테(세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연주라는 것은 모든 부분을 여리게 연주하면 심심해서 도저히 끝까지 들어줄 수가 없고 모든 부분을 세게 치면 부담스럽고 피로해져서 역시 끝까지 들어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여린 소리와 거센소리가 만나서 서로 간의 대비를 주는 굴곡을 이룰 때 비로소 재미와 감동이 만들어진다.
최근에 글을 읽다 보면 이 글이라는 것에도 마치 악기처럼 '피아노'와 '포르테'의 조화가 꽤나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너무 사무적으로 나열하듯이 적어놓은 글도 흥미가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모든 문장에 힘을 잔뜩 준 미사여구로 중무장한 글 또한 피로도가 높아 완독을 포기하게 된다.
즉 완급조절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담담하게 써 내려가다가도 불쑥 도드라지게 포인트를 준 구절들이 적절히 배치된 글들은 확실히 볼륨감이 있고, 지식이나 묘사력을 너무 마음껏 뽐내지 않고 절제했을 때 오히려 담백한 고급스러움으로 다가온다.
이는 패션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데 미니멀하게 입는다고 단순히 통일감만을 강조하게 되면 존재감 자체가 사라져버리고 고급스러워 보이겠다고 할 수 있는 모든 부위에 화려한 장신구를 착용하면 고급스럽기는커녕 졸부처럼 보이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과 비슷하다.
너무 건조하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젖어들지도 않는 균형감각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유지하며 글을 쓴다는 것은 역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조율을 해놓아도 금세 튜닝이 흐트러지고 마는 악기와도 닮았다.
악기의 튜닝이 또 어긋났다 싶으면 그저 아무렇지 않게 재차 튜닝을 할 뿐 연주자들처럼 글쓴이도 글을 쓰기 전에 틀어진 마음을 다잡는 마음의 튜닝을 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