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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로켓 '글'에 관하여

내가 생각해 본 글이란

by 아포드

최근 나는 미지의 탐험을 가능케 하는 로켓을 타고 나도 모르는 곳으로 날아가는 일에 몰두하곤 한다. 로켓에 올라 흐르는 경치를 바라보고 있자면 늘 다니던 거리 사이사이에는 그간은 보이지 않던 나무들이 돌연 자라나고 일직선으로 곧게만 펼쳐져 있던 외길은 어느새인가 수많은 곳으로 향하는 교차로로 변해있다.


화려한 도심으로 이어지는 줄 알았던 큰길은 어두운 동굴에서 종착을 맞이하기도 하고 숲으로 이어지는 줄만 알았던 좁다란 골목은 무려 다른 행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익숙했던 경치가 전혀 다른 생소한 모습으로 한 눈 가득하게 놀라움을 자아낸다면 그것은 나의 로켓이 무사히 발사되어 대기권의 허락을 받아내었다는 증표이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처음 보는 진귀하고 희귀한 풍경들이 잊힐까 새하얀 종이를 꺼내 급히 스케치해 낸 나의 그림들은 서로 맞물리고 이어져 하나의 움직임이 되고 움직임들은 모여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이런 일들은 대체 어떻게 일어나는 걸까? 처음 로켓을 띄워 볼 생각이 들었던 그날이 떠오른다. 그런 곳은 없다고... 공연한 곳에 연료와 시간과 고뇌를 쓸 필요는 없다고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나 자신은 너무나 포근했지만 그것은 내 로켓의 추진을 방해하는 뚫기 힘든 대기권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포근한 게으름 속에는 스케치를 부르는 경이로운 경치도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미지의 교차로도 없었다. 나의 주머니 속 하얀 백지가 누렇게 변색되어 갈 때쯤 나는 영문 모를 이끌림에 의해 하나의 작은 로켓을 쏘아볼 시도를 하게 된다.




로켓을 쏘아 올리던 나는 조금 당황한다. 당연히 지구 밖을 향해 우주로 날아갈 줄만 알았던 로켓은 역으로 내 안을 향해 발사되고 말았고 볼품없어 보이는 나의 내면 곳곳을 이리저리 들추고 멋대로 항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생각했다. 로켓은 얼마 가지 못해 좁은 나의 세상 속 끄트머리 어딘가에 부딪혀 난파당하고 말 거라고.


그러나 놀랍게도 내 안에도 나름의 우주는 존재했고 생각보다 쉽사리 끝을 예측해 볼 수 없는 만큼의 크기를 가진 이 공간은 내게 탐험의 여지와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공간 안에서 나는 미처 예상치 못한 자유도 함께 발견한다. 진주 대신 달과 별을 꿰어 목걸이를 만들어 볼 수 도 있고, 반지의 장식으로는 다이아몬드 대신 감히 태양을 얹어 넣을 수도 있다. 고여서 부패한 관념들과 상식들은 블랙홀로 흘려보내며 안녕을 고하기도 한다.


다만 이런 흥미로운 공간에 들어서려면 우연이든 필연이든 발사 지점에 제 발로 서서 점화하는 시도가 필요한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누구나 해볼 수 있는 시도이지만 그 과정은 늘 자신이 없고 뭔가를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아무리 최첨단으로 설계된 로켓이라 할지라도 그 잠재력을 펼쳐볼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되니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이보다 잘 어울리는 곳이 또 있을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쏘아 올려본다. '글'이라 불리는 자유의 로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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