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에 부담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배달음식을 포함한 외식을 줄이고 직접 음식을 해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집에서 라면을 끓이는 일도 거의 없었을 정도로 요리에 관심도 없고 무지했었습니다만 라이프 스타일의 전향을 결심하고 책이나 유튜브를 통해 요리 레시피 들을 알아보면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1/3컵이니, 한 큰 술이니, 한 꼬집이니 하는 레시피를 보고 있으려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팠죠.
왜냐하면 각자 가진 컵과 숟가락과 손가락은 크기가 모두 다른 데다 어찌어찌 레시피를 따라 만들어보지만 시간은 엄청나게 소요되고, 맛은 과연 이게 제대로 만들어진 것인지 의문이 들고, 마지막으로는 설거지 폭탄을 맞게 되면서 남은 재료들은 깊은 잠을 자게 되기 일수였습니다.
냉장고부터 비우자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다양한 재료를 구비해서 그럴싸한 레시피에 맞춰서 멋진 요리를 시도하는 것보다는 일단 냉장고를 열여서 눈에 보이는 재료들을 조리하면서 기본기를 다지는 것으로 방향성을 바꿉니다. 이미 냉장고에는 높은 확률로 그동안 외식들에 밀려 잠자고 있는 상하기 직전의 재료들이 있기도 하고 말이었죠.
냉장고에 이미 있는 것들을 먼저 처리해 나가다 보면, 비용 절감이라는 최초의 취지를 만족시키면서, 이름 없는 나만의 요리가 탄생하게 됩니다. 시중에는 없지만 나에 입맛에는 꼭 맞는 유일한 요리 레시피를 획득하며 뿌듯함도 얻을 수도 있었습니다.
재료는 최소한으로
매일 하고 싶다면 가법고 쉽게 하라는 것은 만사에 통용되는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재료는 손질이 쉬울수록 좋고 재료의 가짓수가 적을 수록 좋습니다. 다진 마늘과 소금 정도만 있으면 그 위에 뭘 볶아도 못 먹을 정도의 실패작은 나오지 않습니다. 게다가 최소한의 재료에 소금으로만 간을 한 음식의 장점은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난다는 것이죠.
사실은 기본이 전부
요리라는 것은 사실 볶고, 끓이고, 삶으면서 해당 재료가 어느 시점에 적절히 익는 지만 알아내면 복잡해 보이는 요리도 어려울 게 없습니다. 느리게 익는 재료는 먼저 넣고 빨리 익는 재로는 나중에 넣는 정도로만 조절해가면서 조리하면 되니까요. 저도 처음엔 계란 프라이를 하는 것만으로 감동이었지만 지금은 복잡한 요리도 곧잘 합니다. 집 밥에 도전하시는 분들은 처음부터 레시피 외워가면서 만드는 복잡한 요리보다는 원초적이면서 간단한 요리부터 도전해 보세요. 양배추 볶음이나 콩나물무침 같은 다소 시시해 보이는 메뉴부터 만들다 보면 결국 요리에 대한 개념이 잡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