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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라

by 아포드

때로는 가사가 없는 음악을 들으면서 무한한 감상의 자유를 느끼는 순간이 있다.


가사라는 것은 음악에 곁들이면 확실히 원곡자의 의도를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때로는 곡이 가진 방대한 느낌을 반도 채 받아내지 못하는 보잘것없이 작은 그릇처럼 느껴질 때도 있기 때문이다.


또는 특정 감상을 느끼게끔 강요당하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혹자는 좋은 음의 연결과 더불어 좋은 가사까지 더해져야 비로소 좋은 음악이 성립된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가사란 어디까지나 선택사항이며 음의 이해를 돕기 위해 문학의 힘을 빌려 온 것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 둘은 언제나 이상적으로 융화되지만은 않는다.


어린 시절 뜻 모를 가사의 해외 음악을 들으며 펼친 상상의 나래가 어느 날 알게 된 가사의 의미에 의해 그 감흥이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린 기억들을 되돌아보면 그렇다.


그래도 어쨌든 가사라는 이정표가 있는 편이 좀 더 쉽고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끔은 줄이 그어지지 않은 무지 공책처럼 세로로 적었다가 가로로 적었다가 그림도 그렸다가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가사가 없는 음악에서 느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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