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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유감

by 아포드

계절유감




제니를 떠나보낸 포레스트 검프처럼

나무 그늘진 벤치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냇가를 바라본다


이맘때의 봄은 이제 해 질 녘 즈음에야

잠시 들러 미지근한 인사치레를 보내고

다시 신기루처럼 사라질 준비를 하는가 보다


변화를 찾아 떠났지만 오히려

세상의 반복을 느끼고 되돌아온

어느 여행자의 낙하하는 반응 감수성처럼


새로이 문을 열었지만 머지않아

또 다른 새로움에 묻혀 사라진

비운의 각오들처럼


내게는 더 이상 남은 새 계절의 기대는 없고

냇가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한 세상의 표정만이 비친다




저는 계절의 변화라는 게 지겹게 느껴진 지가 벌써 꽤 오래 지난 것 같네요. 변화 또한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변화라는 것 자체에 염증이 느껴지기도 하니 수개월간 세계여행을 떠났다가 여행 자체에 매너리즘을 느끼고 더 이상 자신을 고무할 수 없게 되어 되돌아왔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거닐던 거리에 새로운 가게가 들어서면 기대감에 부풀었다가도 얼마 못 가 폐업을 하고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또 같은 업종의 가게가 들어서고 다시 그 수순을 밟고는 사라지죠.


이런 것들을 새로움이라 여기고 양분을 얻어 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거짓 고양감에 속아서 그저 새롭기 위해 자아내는 새로움은 이제 피로감이 느껴집니다.


걷다가 햇빛을 피해 벤치에 앉았더니 그런 생각이 좀 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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