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시도의 바리스타 1화

by 아포드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음-


"지난번 갸가 그 몬양이라 그렇게 내보내고 새로 사람을 한나 뽑아야 쓰것는디 알바몬이나 잡코리아에 공고 좀 올려 보그레이."


가게가 한산해진 틈을 타 사장이 나에게 넌지시 말을 건넨다.


"아.. 네 올려보겠습니다."


"그랴."


사장은 만족스럽다는 내 어깨를 툭툭 치고는 입에 담배 한 개비를 물고 가게 밖에 있는 테라스로 향한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담뱃불을 붙이기 위해 고개를 숙이자 벗겨진 정수리가 햇빛에 반사되어 얄밉게 반짝거린다.


사실 카페 알바인 내가 왜 직접 공고까지 올리면서 사람을 구하는데 관여하고 수고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당시는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으로 노동법이니 최저시급이니 하는 개념은 거의 통용되지 않고 있었던 시점이었다. 즉 사장이 하라면 해야 하고 급여는 주는 대로 받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던 시기였다.


그렇게 나는 구인 사이트에 접속을 하고 뭐라고 써야 하나 잠시 생각을 하다가 어차피 내가 쓰는 거 내 마음대로 적기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송파구에 있는 카페에서 함께 일하실 분을 구합니다.

저희는 경력이 많은 분들도 좋지만 그보다 성실히 그리고 양심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분들을 선호합니다. 일은 어차피 근무태도만 좋으면 금방 배울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태도가 좋지 않으면 많은 경력도 소용이 없고 오히려 초보자보다도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흔한 에스프레소 방식의 커피보다는 핸드드립의 비중이 높은 매장이기에 평소 드립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프랜차이즈가 아니라서 근무복이 자유로운 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겠네요.


간편하게 원클릭으로 지원하시기보다는 이력서를 따로 써서 적어도 본인이 어떤 사람이고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 정도는 적어서 메일로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면접 때 물어볼 말이라도 생기니까요.


그럼 많은 지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나는 부디 함께 지내기 원만한 누군가가 오기를 바라며 공고를 등록했고 며칠 후 한 지원자가 나타났다.


그는 20대 중반의 남성으로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선망해 마지않으며 학원을 다녀서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취득한 상태였고 언젠가 자신만의 카페를 창업할 날을 꿈꾸며 그날까지 이곳에서 열심히 배우며 일하고 싶다는 열정 어린 지원서를 보내왔다.


"이런 지원자가 있는데 면접 한번 보시겠어요?"


나는 모니터 화면을 가리키며 사장에게 물었다.


"어디~ 어디~ 보자아~~♫"


사장은 아저씨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근본 없는 가락을 읊으며 어슬렁거리는 걸음으로 모니터를 보기 위해 다가왔다.


"음.. 나중에 카페를 허고 싶다고? 그냥 넘으 가게 염탐하러 오는 놈은 아닌지 모르것네."


"일단 걍 불러봐."


건성인 말투에서 게으름이 느껴졌지만 불러봐야 알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니 나는 지원자에게 문자를 보내고 면접 약속을 잡았다.




이틀 후 오후 2시경 면접자는 면접을 보기 위해 가게에 나타났다. 나는 사장이 면접을 보는 동안 가게 일을 해야 했기에 멀리서 힐끗 본 것이 전부였지만 뭔가 이야기가 잘 돼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력서 상으로는 열의도 보이고 자격증도 있었으니 큰 결격사유만 없다면 그럴 법도 하다.


면접이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지원자는 인사를 하고는 가게를 나갔고 사장은 주방으로 돌아온다.


"쟈 낼 부텀 나오라고 했다잉."


아마도 사장의 성격상 계속 추가 지원자들의 면접을 보기 귀찮아서 그냥 첫 번째 지원자를 뽑았을 것이란 생각에 다소 한심한 생각이 들었지만 채용이라는 것은 어차피 운이 따라야 하는 문제이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 바리스타 지망생에게 기대를 걸어 볼 수밖에.




다음 날 나는 평소 보다 조금 일찍 가게로 향했다. 인수인계를 하면서 일을 한다는 것은 혼자 일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리기에 오픈 준비에 필요한 작업들을 미리 조금 해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품을 하며 집기들을 필요한 자리에 가져다 놓고 재고를 확인하기 위해 쭈그려 앉아 냉장고를 들여다보고 있을 무렵 가게 입구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또각. 또각."


그리고 구두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가까워진다.


오늘부터 일하기로 한 점원일까? 하지만 주방 일을 하러 구두를 신고 오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아마도 이른 출근길에 모닝커피를 사 가려는 직장인이겠거니 짐작하며 몸을 일으켜 인기척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 죄송하지만 오픈 준비가 아직..."


오픈 시간 전이라는 안내를 전달하려는 순간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비록 멀리서 봤지만 어제 면접을 왔던 그 지원자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이내 그의 복장에 눈에 들어온다.


새하얀 드레스 셔츠에 보타, 타이트하고 날렵해 보이는 검은색 베스트, 칼같이 주름을 잡은 슬랙스와 코가 뾰족한 구두.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쪽 귀에 반짝이는 피어싱까지!


"오.."


뭐라 할 말이 없어 새어 나온 감탄사 뒤에 이런 복장을 쉽게 볼 수 있는 장소가 갑자기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 그래... 얼마 전에도 이런 복장을 입은 사람들을 봤었지.


바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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