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뜨겁고 치열한 햇살 아래서
잎을 틔우고 가지를 뻗는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더웠던 여름의 끝자락에 서 있는 듯하다.
인생의 가을로 향하는 길목에서,
자꾸만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게 된다.
나의 여름은 과연 어떠했을까.
나는 그 시간 속에서 충분히 성장했을까.
기억 속 나의 여름은 ‘아등바등’으로 요약된다.
뒤처지지 않으려 달렸고,
정해진 기준에 맞추려 안간힘을 썼다.
때로는 사랑에 모든 것을 걸었고,
때로는 일에 나를 전부 갈아 넣었다.
그때는 그렇게 사는 게 정답이라 믿었다.
하지만 뜨거운 여름이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지금,
마음 한편에는 작은 후회가 스며든다.
정신없이 달려왔지만, 이정표 하나 없이
그저 달리기만 한 것은 아닐까.
정답이라 믿었던 길 끝에 남은 것이
공허함은 아닐까.
어릴 적 보았던 콘프레이크 광고가 떠오른다.
무지개 끝을 찾아갔더니,
고작 고작 '콘플레이크 한 상자'뿐이던 광고.
그 허무함이 오래 남았다.
나의 여름도, 혹시 그런 허망함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공허함의 끝에서,
문득 다른 생각이 싹튼다.
목표 없이 핀 꽃이라 해도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다.
폭우인 줄만 알았던 빗줄기가
사실은 땅을 단단하게 일구었는지도 모른다.
치열한 성장통 덕분에,
나는 이제 작은 바람에도
쉽게 부러지지 않는 사람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생의 가을은
여름에 자란 키를 자로 재는 계절이 아니라
내 뿌리를 들여다보는 계절일지 모른다.
세상은 끊임없이 비교와 경쟁을 요구하지만,
진정 나로 서기 위해서는
남이 아닌 나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가을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여름과는 다른 방식으로,
나는 또 한 번 자라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