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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도슨트북 Dec 30. 2020

모마 MoMA, 마르크 샤갈의 나와 마을

Marc Chagall 마르크 샤갈



Marc Chagall

I and the Village

1911

192.1 x 151.4 cm 


1911년에 그려진 이 작품은 1916년 베를린의 넬 월든 Nell Walden이 소유하였다가 1926년 마르크 샤갈에게 다시 되돌려진다. 이후, 브뤼셀의 르네 가페 René Gaffé가 구매하였고 1945년 6월 13일 모마 MoMA 가 다시 구매하여 소유하고 있다.







Marc Chagall 마르크 샤갈,

‘색채의 마술사’로 표현되는 마르크 샤갈(1887-1985)은, 피카소의 큐비즘(입체주의)과 마티스의 포비즘(Fauvism, 야수주의) 사이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그려나간 최고의 화가이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유대인 화가로 1910년에 프랑스 파리로 넘어와 활동하였는데, 그의 작품 속에 러시아, 유대인, 파리 세 가지 배경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는 이유이다.

Marc Chagall 1887-1985Chagall, c. 1920 Photo by Pierre Choumoff



I and the Village,

나와 마을, 제목을 알지 못했다 해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너무나 따뜻한 동화 같은 그림이다. 염소, 농부, 마을 집들… 시골 마을에서 내가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요소 요소들을 하나씩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다. 아니, 어쩜 색을 이렇게 이쁘게 쓸 수 있을까? ‘색채의 마술사’라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여실 없이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이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정말 따뜻해지는 작품이다.




1911,

1910년에 샤갈은 자신의 작품 스타일을 발전시키기 위해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프랑스 파리로 넘어간다. 이때가 그의 나이 24세인데, 1911년에 그려진 위 작품은 고향을 떠나 파리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고향을 생각하며 그린 작품이다. 샤갈은 풍부한 컬러의 선물들과 신선한 예술적 감각 & 표현들, 그리고 단순한 시적 느낌과 유머를 가지고 러시아로부터 왔다고 얘기한다. 이러한 샤갈의 작품은 그때 당시 프랑스의 트렌드에서는 새로운, 자신만의 독특한 독창성을 펼쳐 나가게 된다. 또한, 샤갈의 아내이자 평생의 뮤즈가 된 벨라 (Bella Rosenfeld, 1895-1944) 와의 사랑을 너무나 아름답게 그린 작품들이 많다.  


Birthday, 1915, Marc Chagall, Museum of Modern Art

벨라와 결혼식을 올리기 열흘 전, 샤갈의 생일인 7월 7일에 그린 작품으로, 벨라가 무척이나 좋아하면서 작품명인 ‘생일 Birthday’ 를 직접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Over the town(Over Vitebsk), 1918, Marc Chagall, Tretyakov Gallery, Moscow

벨라를 사랑하는 자신의 감정이 하늘을 날아다닐 만큼 황홀함을 동화스럽고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이다.   



The betrothed and Eiffel Tower(Les Mariés de la Tour Eiffel) 약혼자와 에펠 타워, 1913, Marc Chagall

에펠탑이 있는 파리에서 약혼한 두 연인을 태우고 솜털같은 하늘을 날아가는 수탉, 축하 연주 해 주는 염소, 받은 부케를 들고 하늘 위로 날아가는 친구 등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의 모습이다.  




나와 마을 I and the Village,

작품명에서 알 수 있듯이, 나의 어린 시절 마을의 모습을 동화 같은 스토리로 하나씩 얘기해 주고 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왼쪽의 큰 얼굴의 염소와 오른쪽의 녹색 얼굴의 나, 샤갈이 서로 무언가 얘기를 주고받고 있는 모습이다. 둘 다 웃고 있는 인상으로, 서로를 존중하며 크고 맑은 선한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러면서 나는 손에 열매가 있는 나무를 들고 염소에게 먹이를 주는 듯한 모습이기도 하다. 동물과 사람이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서로 교감을 주고받고 있는 듯하여 우리에게도 너무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감정을 전해 준다. 서로의 목에는 같은 모양의 십자가 목걸이를 하고 있어 하나임을 표시해준다. 너무나 재미있는 동화책 한 편을 읽고 있는 느낌이다.




나의 코 라인과 염소의 입이 마주치면서 아래로 내려가는 선이 대각선으로 전체를 나눈다. 나의 모자가 너무 귀엽다. 염소의 볼에는 한 여인이 젖을 짜고 있고, 그 뒤로는 파란 하늘이 표현되어 있다. 젖을 짜고 있는 여인, 낫을 들고 가는 농부의 모습이 전형적인 시골의 풍경을 연상케 한다. 우리 또는 샤갈의 엄마 아빠의 모습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낫을 들고 농부가 한 여인의 옆을 지나가는데 여인의 모습이 거꾸로 그려져 있다. 재미있다. 또한, 그 위의 십자가가 있는 정교회 안에는 사람 얼굴이 그려져 있어, 교회 안에 사람이 있는 모습이다. 위트가 있다. 그 바로 옆에는 마을을 이루고 있는 5채의 집들이 보이는데, 가운데 2채는 지붕이 거꾸로 땅 위에 세워져 있다. 집을 거꾸로 놓으면서, 지붕 위에서 춤 추는 소녀의 모습으로 보이게 만든다. 너무 재미있다.


유대인과 성경 Jewish and the Bible

본명이 모이세 샤갈 Moishe Shagal 로 1887년 러시아의 비테 부스크 Vitebsk 에서 태어난 유대인이다. 프랑스로 넘어오면서 프랑스식 이름 마르크 샤갈 Marc Chagall로 바꿔 활동하게 된다. 그래서, 작품 속에 유대교의 성경적 요소들이 많이 보이는 이유이다. 나와 염소의 목에 걸려 있는 십자가와 마을의 정교회 위 십자가 등 십자가가 많이 작품 속에서 보이고, 또한 거꾸로 그려져 있는 집의 지붕 위에서 춤을 추는 듯한 소녀는 전통적인 유대인들에게 중요한 요소인 음악을 유대인의 사랑으로 표현하는 모습으로 유대교에 많이 등장한다. 또한, 나의 손에 들고 있는 나무는 성경의 생명 나무 또는 여호와를 의미하는 불타는 떨기나무로 해석되기도 하고, 어린양, 염소, 젖은 짜는 모습, 밭을 갈러 가는 농부 등이 성경에서 많이 등장하는 요소들이다. 샤갈은 자신의 판타지 이미지를 유대인의 전통적인 민속적 이미지와 종교적 이미지를 결합해 시각적인 은유로 표현한다.



몽환적 판타지

정리되어 있는 원근감도 없고, 뭔가 여러 이야기들이 뒤죽박죽 생각나는 대로 표현되어 있는 이미지들의 조각 모음이다. 우리가 꿈을 꾼다면 이러한 모습으로 꿈을 꾸지 않을까? 뭔가 정리는 되어 있지 않지만, 무슨 꿈인지는 희미하게 기억하기도 하고, 잊기도 하고, 무슨 스토리인지는 알 듯 모를 듯하고, 각각의 생각들이 크고 작게 생각났다가 사라지기도 하는 이러한 모습들이 꿈을 꿀 때의 느낌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래서 몽환적인 판타지 느낌의 작품이라고 하고, 또한 초현실주의 Surrealism의 사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색채의 마술사,

전체적인 색채를 어쩜 이렇게 쓸 수 있을까? 어쩜 이렇게 따뜻한 느낌이 나게, 흠뻑 캔버스 전체를 적실 수 있을까? 정말 색채의 마술사답다. 따뜻한 펠트 위의 조각 조각 그려진 그림을 보는 듯하다. ‘색을 시처럼 쓰는 화가’라는 표현이 딱이다. 색으로 따뜻한 이야기를 쓰는 동화 작가 느낌이다. 서너 가지 주요 색의 조화로 그림의 분위기를 압도한다. 빨강, 파랑, 녹색, 노랑… 그의 색은 단지 자연의 색을 모방하는 게 아니라, 생기와 리듬감을 불어넣어 주어, 우리가 접하지 못한 살아 있는 색으로 그려낸다. 거기에 우리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샤갈의 작품을 보면, 색이 주는 따뜻한 위로가 우리의 마음까지 순수해지게 만드는,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는 컬러를 무엇이라고 생각했을까?



컬러가 전부입니다.
컬러가 맞으면, 형태도 맞습니다.
컬러가 모든 것이고, 컬러는 음악처럼 바이브레이션(진동)이 있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바이브레이션이 있습니다.  

- Marc Chagall -



색에 바이브레이션이 있다고 생각한 그,

색에 강약이 있고, 색에 높고 낮음이 있으며, 색에 화음이 있다고 생각한 샤갈이다.  

색을 음악 연주하듯이, 색을 연주한 샤갈이다.  



vs. Fauvism 포비즘(야수주의)

샤갈의 이러한 뛰어난 색의 감각을 일찍이 피카소는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When Matisse dies, Chagall will be the only painter left who understands what color is... His canvases are really painted, not just tossed together. Some of the last things he's done in Vence convince me that there's never been anybody since Renoir who has the feeling for light that Chagall has.

마티즈가 죽으면, 샤갈은 색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유일한 화가가 될 것이다.
그의 캔버스는 색을 단지 토스해 놓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려져 있다.
벤스 Vence 에서 샤갈이 했던 마지막 작품들 중의 일부는,
샤갈이 가진 빛에 대한 느낌을 가진 화가는 르느와르 이후로 아무도 없었다는 것을 나에게 확신시켜 준다.    

- Pablo Picasso -    

피카소는 그 당시 색을 해방시킨 야수주의의 대가, 앙리 마티스 Henri Matisse 와 샤갈의 색 감각을 같은 대가의 수준으로 말한다. 샤갈의 색은, 색으로 우리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방식은 야수주의와 많이 닮아 있지만, 야수주의의 와일드한 색 표현과는 다른, 따뜻한 인간 감정의 색 표현 방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샤갈 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보여주는 색이다.  


Left: Luxe, calme et volupté, 1904, Henri Matisse / Right: I and the Village, 1911, Marc Chagall



vs. Cubism 큐비즘(입체주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각의 사물들의 형태에 따른 색의 표현과 더불어, 그 사물 안의 색의 라인들이 보인다. 정 가운데의 큰 원의 라인, 염소의 얼굴 밑에 작은 원의 라인 (이 두 원을 해와 달로 해석되기도 한다), 염소 얼굴의 삼각형과  손에 들고 있는 트리의 삼각뿔의 라인, 염소 목의 조각난 파란 라인 등이다. 원근감 또한 파괴되어 있다. 거리가 아닌,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의 크기로 크고 작게 그려져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그 당시 유행했던 큐비즘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사물의 본질을 삼각뿔, 구, 원통형 등의 도형으로 표현했던 초기의 큐비즘적인 요소들을 샤갈은 자기화시켜 자기만의 색깔로 절제해 표현해 냈다. 이처럼 포비즘(야수주의)와  큐비즘(입체주의) 사이의 절묘한 줄타기로 자기 색깔을 구축한 천재적인 화가이다.





샤갈의 색, 컬러 Color

샤갈은 이 세상 너무나 많은 색 중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는 색은 무엇이었을까?



우리의 인생에는,
삶과 예술의 의미를 제공하는 아티스트의 팔레트와 같은,
하나의 색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의 색입니다.  

- Marc Chagall -


  

아, 사랑의 색,

그는 충분히 우리에게 작품을 통해 사랑의 컬러를 주고 있다고 확신한다.


 






 

인생에서 한 번은 예술이 주는 기쁨과 위안을 받아 보시길 바라는 작은 바람입니다. 본 저작물에 인용된 자료의 저작권은 해당 자료의 저작권자에 있음을 알립니다. 본 저작물에 인용된 자료의 게시 중단 등을 원하시면 shaan@daum.net 로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즉시 삭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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