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보이는 창을 열며....

창을 열며(삶이 보이는 창 137호 발행인 글)

by 이호동

겨우내 닫힌 창을 여는 계절입니다. 겨우내 차가운 바람이 들이치지 않도록 꽁꽁 싸매두었던 창을 연다는 것은 세상과의 단절을 풀어내는 행위입니다. 봄맞이는 따뜻한 대지의 기운이 차오르는 즈음에 그렇게 시작됩니다.

사계절의 변화를 매년 준비하고 맞이하고 보내는 일상의 경험을 귀찮아할 수도 있지만 변화가 없이 1년 내내 덥거나 계속 춥거나 한 곳에 사는 사람들 보다 역동적입니다.

늘 바라보는 흰 산, 항상 짙푸른 정글을 곁에 두고 사는 것보다 계절의 변화가 네 번에 걸쳐 일어나는 곳에서 삶을 영위하는 것은 풍성한 축복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나아집니다.

온갖 준비에 부산을 떨고 날씨 민감성을 가지고 살아야하는 부지런함은 누리는 축복에 곁들인 약간의 부담일 뿐입니다.

창을 여는 것은 자연과 가까워지는 방법입니다.

나무와 풀이 푸르러가는 전경을 바라볼 수 있고, 바람이 흐르는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도 들을 수 있습니다. 어느 날에는 불어오는 바람에 꽃향기를 맡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


로저 울리히는 ‘창문을 통한 자연경관이 수술 후 환자의 회복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사이언스지에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건강관리시설의 치유 환경 조성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다양한 연구의 시발점이 되었답니다. 환자들이 병원의 담벼락 보다 작은 숲이 내려다 보이는 창가에 머무는 것이 치료와 회복에 더 빠르다는 치유 효과를 입증한 것입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질병 예방과 치료, 건강관리에 있어서 자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인식의 변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학자들에 의해서 인간이 자연에 노출되면 심리적, 인지적, 신체적, 사회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연구결과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바이오필리아(Biophilia) 효과라고 합니다. 이러한 ‘생명 사랑’은 인간의 본원적인 특성이기도 합니다. 초기 인류부터 자연과 함께 생활하면서 우리의 DNA에 내재되었나 봅니다.

그래서 이러한 ‘녹색갈증’이나 ‘자연 회귀’가 인간에게는 본능이라는 이론도 있답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면 창문을 열지 않을 수 없지요. 치유의 창을 활짝 열고 대지의 기운을 흡입하며 심신을정화하는 것은 그러고 보니 돈안들이고 내 몸과 마음을아끼는 방법이네요.

아마 자연을 향해 창을 열다 보면 마음의 창도 활짝 열리지 않을까 싶어요. 각박한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고 싶은 의욕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세상을 분별하는 시대의 창도 열어젖히면 금상첨화겠지요.

먼 이국땅에 포로로 잡혀가 기약 없이 고향을 그리워했던 고대의 어느 나라 사람들은 꼭 고국을 향해 매일 창문을 열고 기도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들의 염원이 얼마나 간절했을까요? 그리고 끝내 자신의 선조들이 살던 고국 땅으로 귀향을 했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창을 열고 기도했던 옛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세상 돌아가는꼴이 엉망이라고 외면할 일이 아니네요. 암흑같은 시대의 창을 활짝 열고 당당하게 자신들의 꿈을 향해 기도하는 심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아니면 올곧은 소리를 외치는 사람들을 응원하는것도 좋을 것 같네요. 심지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서 많은 이들과 세상을 바로잡는 거대한 힘을 만들어내면 얼마나 좋을까요? 언젠가 이루어질 꿈을 향한 온갖 그리움을 모아내는 삶창이 되고 싶습니다.

세상천지에 봄입니다.

삶이 보이는 창을 활짝 여는 삶창 가족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2024년 3월의 어느 봄날에 발행인 이호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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