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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geum Aug 16. 2022

서울에 살게 해 주세요

서울살이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

나는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나의 젊은 패기와 열정이라면 경기도에서 서울 강남까지 얼마든지 출퇴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정말  오산이었다.


젊음은 늙고 열정은 식듯 출퇴근이 하루가 지날수록 점점 힘에 부쳐왔다. 매일 아침 죽을듯한 피곤함을 갖고 억지로 잠에서 깨어 부랴부랴 초고속(10분만에 씻고 옷입고 나오기 가능)으로 비해서 매일 쫓기듯 집을 온다.


그럴 때마다 일찍 일어나지 못한  자신이 조금 한심했고, 그런 생각들이 합쳐져 출근 자체가 스트레스가 됐다.


지옥지옥지옥깥은 지옥철

앉아서 가는 날이 다반 수지만, 그렇지 못한 날에는 정말이지 힘듦이 몇 배가 된다. 2시간을 서서 가면 오금이 저리고 무릎 접는 것도 힘들다.


운이 좋은 날에는  앞에 앉은 사람이 내려서  자리를 차지할  있지만, 좋지 않은 날에는  옆사람들만 자리가 나서 쏙쏙 앉아서 가는데 그런 날은 아침부터  운도 없다는 생각까지 든다ㅜ


지하철 하나로 운이 좋냐, 안 좋냐, 기분이 좋냐, 안 좋냐로 갈리는데 그래서 한 동안은 정말 좋지 않았다.


결국,  굴레를 벗어나고자 서울 살이를 결심했다.


이 결심에도 정말 많은 고민들과 갈등이 존재했는데, 돈 보다는 시간을 벌자라는 생각이 더 와닿아서 출퇴근에 허비되는 시간을 아끼기로 했다.

집 찾아 산만리

시간이 없는 나는  주에 주말 하루를 투자해 집을 보러 다녔다. 다행히  (2)만에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 속전속결로 계약을 마쳤다.


물론  과정이 수월하진 않았다. 첫날엔 걸어서 가파른 언덕부터 역과 멀리 떨어진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서 여길 어떻게 다니나,, 싶어 앞이 캄캄했고 한번은  그대로 허위매물을 올려 낚시하는 사기꾼 중개인을 만나 소위 말하는 부동산계의 현실을 느꼈다.


사기 치는 사람들 다 신고.

그렇지만 마지막에 좋은 중개사님(일명 신축충) 만나 정말 상태가 좋은 집을 소개받았고, 반지하라는  조금 걸렸지만 그만큼 월세도 저렴했기에 바로 계약을 마음먹었다.(사실 계약도 먼저 하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기다리느라 가슴을 졸였다..!)


나름, 어렵게 구한 나의 첫 서울 살이 집

사진에서 보다시피 신축인 만큼 너무 쾌적하고 좋았다. 조건과 상태, 위치, 상권 모두 마음에 드는 집이었고  서울살이에 많이 설레고 나에게 펼쳐질 앞날이  기대됐다. :)


입주 첫 날 간소한 축하 파티

처음엔 아무것도 없어  바구니에 서랍 구조물(?) 올려 간이 테이블을 만들어서  위에 시장에서   만찬과 함께 축배를 들었다.


 근처 1 거리 시장에서   닭강정이 완전 맛집이었다. (아싸 닭강정세권 당첨) 그렇게 첫날엔 걱정과 근심 그리고 한편으론 설레는 마음을 모두 가지고 잘할  있을 거라,   거라 주문을 걸었다.


그렇게 첫날밤은 아무것도 없이 바닥에 이불만 깔고 잤지만, 아무렴 좋았다. 직장과 집이 가까우니 1시간은 더 잘 수 있거든!


나를 외롭지 않게 해 줄 범고래 친구
첫 자취집 컨셉은 블랙 n 화이트 모던으로 가즈아

방 꾸미기 하면 또 나지 - !

오랜만에 실력 발휘를 하자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 집구석구석 크고 작은 것 하나부터 열까지 다 인테리어를 하고 싶다는 오랜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드디어 그 로망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얏호)


근데 꿈도 실현하려고 하면 곧 현실이 된다. 하나부터 열까지 돈이 줄줄 샜다. 역시 하나를 얻으면 돈을 잃는다는 세상의 이치를 깨달았슴다.


그래도 한다면 하는 . 나름대로 알뜰살뜰하게  꾸렸고, 단기간에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모던의 정석

기존에 내가 좋아하던 우드톤과 따뜻한 느낌을 버리고 블랙과 화이트 조합으로 단조롭고 차가운 느낌의 인테리어로 바꾸니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나도 새로 탄생한 기분이 들었다.


새하얀 이불 덕분에 없던 결벽증이 생길 뻔 하긴 했지만, 깔끔하게 살면 좋잖아요?


아무튼 장거리 통근을 벗어나 이 예술 같은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참 행복하고 황홀했다.


여기 주민으로 동네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도 너무 재밌었고, 앞으로 이 집에서 만들어 갈 추억들도 너무 기대가 됐다.

공간 활용의 정석

좁은 공간에 인테리어를 어떻게 해야 하나, 최소한의 물건으로 느낌을 낼 방법을 궁리하다가 선반을 설치했다. 거기에 어울리는 소품 몇 개 놓아줬더니 감성이 넘치는 내 집이 완성됐다!


사진은 없지만 좁은 공간을 잘 활용한 게 많아서 스스로 뿌듯하고 대견했다. 아마, 직업으로 살림꾼이 있다면 그쪽으로 갈 생각도 있을 만큼 이 과정들이 재미있고 좋았다. (내 꿈은 살림꾼 살림왕)

두 번째와 세 번째 만찬

많은 사람들한테 나의 멋진 이 공간을 소개해 주고 싶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한테 얼마나 자랑을 했는지! (길가는 사람도 붙잡고 자랑하고 싶을 정도였으니) 매일매일이 괴로웠던 날들이 지나고 신이 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제 인테리어는 다 끝났으니 다음엔 가족이고 친구고 다 초대를 해서 사진과 같이 맛있는 음식과 대화, 추억으로 채워가야지.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으로 꾸린 공간
짧은 시간에 정과 애정이 많이 깃든

나의 공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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