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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자유

by 기담

슬라보예 지젝은 언제나 위험한 철학자로 불려왔다. 그는 진실을 향한 강렬한 탐구와 날카로운 통찰로 현대 사회의 모순을 들추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개념들에 의문을 던진다. 그의 신작 <자유> 역시 이러한 전통을 따른다. 특히, 현재 대한민국이 계엄 상태에 놓인 상황에서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더욱 강렬하고 시의적이다.



자유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답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역사적으로 자유는 억압받는 자들에게 해방의 약속이었으며, 동시에 권력자들에게는 통제와 지배의 도구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에서 '자유'가 빈번하게 등장한 점을 생각해 보면, 지젝이 강조하는 자유의 양면성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한국에서 '자유'라는 단어는 최근 정치적 수사로서 자주 활용되었으며, 이는 권력의 자유와 시민의 자유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젝은 자유를 단순한 해방이 아니라, '결정된 사실을 알면서도 무엇을 할지 결정해야 하는 공포스러운 순간'으로 정의한다. 이는 계엄 상황에서 시민들이 직면한 현실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우리는 억압적 체제 하에서 진정한 자유를 지킬 수 있을까?



권력자는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며 자유를 통제하려 하지만, 역설적으로 시민들은 그 순간 가장 절실한 자유를 갈망한다. 지젝은 이러한 모순이야말로 우리가 자유를 철학적으로 사유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한다.



포퓰리즘과 권력 그리고 자유의 역설



지젝은 포퓰리즘 정치가들이 자유를 가장한 억압을 어떻게 정당화하는지를 비판한다.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에서도 포퓰리스트들이 '국민의 자유'를 외치며 실질적으로는 권력을 강화하고 있음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지젝은 이러한 현상을 역사적 사례들과 연결시키며, 왕이 스스로를 '하인'으로 칭하며 권력을 공고히 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오늘날 정치인들은 '국민의 하인'이라 선언하면서, 동시에 그 국민을 통제하려 한다. 이는 단순한 모순이 아니라 권력의 오래된 전략이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와 표현의 자유 논란 또한 흥미로운 사례다. 머스크는 '모든 의견이 동등하게 취급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곧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공고히 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계엄 상황에서 이와 같은 '표현의 자유' 논리는 더욱 위험하다. 정보가 통제되고, 권력이 '자유'를 수호한다고 주장하는 순간, 시민들은 가장 비자유적인 상태에 놓이게 된다. 괴테가 말했듯, '자신이 자유롭다고 오해하는 사람보다 더 절망적인 노예 상태는 없다.'



지젝은 단순한 이론적 논의를 넘어서, 영화, 문학, 예술을 통해 자유의 개념을 탐구한다.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는 자유를 얻기 위해 기존의 자아를 버려야 했으며, 이는 우리가 자유를 얻기 위해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와도 같다.



자유를 위한 투쟁은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지젝은 대중이 '각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자유'라는 개념 자체를 재구성하고, 권력이 말하는 자유의 허구성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지젝은 '철학을 공부하라'고 말한다. 이는 단순한 학문적 권장이 아니다. 철학은 우리가 자유를 자각하고, 권력의 이데올로기를 해체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대중을 향해 '자유'를 외칠 때, 우리는 그 자유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지젝의 <자유>는 단순한 철학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자, 권력의 언어를 분석하고, 우리가 진정한 자유를 향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다. 우리는 자유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지킬 것인가? 자유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투쟁을 통해 획득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은 분명히 일깨운다.



우리는 자유롭다고 믿을 때 가장 덜 자유로울 수 있으며, 진정한 자유는 권력과의 투쟁 속에서만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젝의 책을 읽는 것은 단순한 학문적 탐구가 아니다. 그것은 자유를 향한 실천적 질문이자, 우리가 직면한 현실 속에서 가장 절실한 과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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