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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거울 나라

by 기담

투명한 거울 나라의 비밀

옛날옛적, 투명한 거울 나라라는 곳이 있었다. 이 나라는 모든 것이 맑고 깨끗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동전도, 궁궐의 창문도, 심지어 나라의 법까지도 깨끗하고 투명해야 했다.

하지만 이 나라에는 아주 중요한 임무를 맡은 특별한 집단이 있었다. 바로 정의로운 거울 위원회였다. 이 위원회는 나라에서 가장 공정한 사람들로 이루어졌으며, 모든 선거가 정직하고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구름이 낀 거울

처음에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위원회는 나라의 법을 지키며 깨끗한 선거를 보장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마을의 한 소년이 광장에서 외쳤다.
"우리 마을의 위원장이 자기 아들을 몰래 위원회에 넣었어요!"

사람들은 처음엔 믿지 않았다. 하지만 마을 곳곳에서 같은 소문이 들려왔다.
"우리 마을도 그래! 우리 위원장도 자기 조카를 뽑았대!"
"위원회 사람들은 자기들끼리만 몰래 모여서 결정한다던데?"

그러자 모두가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거울이 점점 흐려지고, 투명했던 유리가 점점 구름처럼 뿌옇게 변하고 있던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

사람들은 거울을 닦아보려고 했지만, 아무리 닦아도 깨끗해지지 않았다. 그때 한 노인이 말했다.
"거울을 흐리게 만드는 것은 먼지가 아니야. 그 안에 감춰진 비밀 때문이지."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정의로운 거울 위원회가 정직하고 깨끗해야 하는데, 사실은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위원들은 서로의 가족을 뽑고, 자기들끼리 법을 정하고, 누구도 그들을 감시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거울이 더 흐려질수록, 사람들은 선거가 정말 공정한지 알 수 없었다. 마을마다 **"우리가 직접 거울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모두가 볼 수 있는 거울

그러던 중, 마을의 한 소녀가 나섰다. 그녀는 가장 오래된 거울을 찾아가 조용히 말했다.
"거울 나라에서는 누구나 거울을 볼 수 있어야 해요. 거울을 혼자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거울을 흐리게 만들 수 있죠."

그 말에 나라의 모든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위원회는 더 이상 혼자만 거울을 가질 수 없었다. 사람들은 직접 선거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볼 수 있도록 새로운 법을 만들었다.

위원장은 더 이상 한 사람이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할 수 없었고, 가족을 뽑아서는 안 되며, 거울을 항상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규칙이 생겼다.

다시 맑아진 거울

그날 이후, 투명한 거울 나라는 다시 맑고 깨끗한 나라가 되었다. 거울 위원회는 더 이상 비밀을 감추지 않았고, 사람들은 누구나 거울을 통해 나라의 법과 선거를 지켜볼 수 있었다.

소녀는 조용히 거울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이 나라의 거울은 다시 맑고 투명해졌어."

그리고 그날 이후, 사람들은 깨달았다.
"거울은 혼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볼 때 가장 투명하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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