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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숨은 일

by 기담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

옛날 어느 작은 마을에 착한 마음을 가진 소년, 루카가 살고 있었습니다. 루카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마을의 할머니들과 어르신들을 도우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가진 것이 많지 않았지만,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기를 좋아했습니다.

마을에는 부자 상인인 도미닉이 살고 있었습니다. 도미닉은 큰 집과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람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많은 기부를 하는지 알리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장터 한가운데에서 나팔을 불며 "보아라! 나는 가난한 이들에게 빵을 나누어 준다!" 하고 외쳤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선행을 칭찬했지만, 루카는 속으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마을에 한 노인이 찾아왔습니다. 그는 헌 옷을 입고 있었고, 피곤한 얼굴로 마을을 돌아다니며 조용히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노인을 보고 지나칠 뿐이었습니다.

루카는 그 노인을 발견하고 다가가 정중하게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배고프시죠? 저희 집에는 많지는 않지만 빵이 있어요. 저와 함께 가요."

노인은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루카는 노인을 집으로 모시고 와서 따뜻한 수프와 빵을 내어 주었습니다. 노인은 감사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으며 루카에게 물었습니다.
"이렇게 나를 도와주는데, 사람들에게 알리지도 않는구나. 왜 그러니?"

루카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거예요."

노인은 루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너는 정말 지혜로운 아이구나.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나누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선행이지."

그때 마침 도미닉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루카가 노인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는 다가와 말했습니다.
"루카, 너는 어리석구나! 내가 했듯이 마을 사람들에게 알렸더라면, 너도 칭찬을 받았을 텐데!"

루카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상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칭찬을 받으려고 도운 것이 아니에요. 그냥 할아버지가 배고파 보였거든요."

도미닉은 그 말을 듣고 깊이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는 그동안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선행을 했지만, 진정한 나눔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도미닉은 더 이상 나팔을 불지 않았습니다. 그는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사람들을 도왔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도미닉이 변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마을 어귀에 있던 오래된 벽에 한 문장이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루카는 그 글을 보며 미소 지었습니다. 그리고 기도했습니다.

"주님, 저희가 겉모습이 아니라 진정한 마음으로 선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그렇게 루카의 작은 마을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서로를 돕는 따뜻한 기적이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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