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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낡은 외투

by 기담

왕의 연회와 낡은 외투

옛날, 어느 화려한 왕국에서 드레스 코드가 엄격한 왕이 있었습니다. 왕은 매년 궁전에서 성대한 연회를 열었고, 귀족들은 모두 정해진 복장을 갖춰 입어야만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연회에서 같은 옷을 두 번 입어서는 안 되었고, 모든 의복은 최고급 천으로 만들어져야 했습니다. 왕은 직접 포고령을 내려, 신발의 광택까지 검사하곤 했습니다.

이 왕국에는 한 젊은 귀족, 레온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재산을 잃고 초라한 집에서 지냈지만, 왕에게 충성스러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가진 옷은 단 하나, 오래된 연미복뿐이었습니다. 그는 왕의 연회에 참석하고 싶었지만, 새로운 옷을 마련할 수 없었습니다.

연회가 열리는 날, 레온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궁전 앞을 서성이다 문지기에게 사정을 설명했지만, 문지기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왕의 포고령을 모르시오? 같은 옷을 입고 연회에 올 수는 없소. 돌아가시오.”

레온은 낙심한 채 궁전을 떠나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왕국에서 가장 지혜롭다는 노인이 그를 불렀습니다.
“젊은이여, 내가 너를 도와주겠네.”

노인은 레온의 낡은 연미복을 받아들고 가느다란 금실을 꺼내어 조용히 말했습니다.
“이 실을 옷에 한 땀 한 땀 수놓아 보게. 그러면 이 옷은 새 옷이 될 것이야.”

레온은 반신반의하면서도 노인의 말을 따랐습니다. 정성껏 금실을 한 줄씩 더하며 밤을 새웠습니다. 그러자 마법처럼, 낡은 옷은 왕국에서 본 적 없는 아름다운 예복으로 변했습니다.

레온은 자신 있게 궁전으로 갔고, 문지기들은 놀라서 말했습니다.
“이런 옷은 본 적이 없습니다! 왕께서도 감탄하실 것입니다.”

연회장에 들어간 레온은 왕의 눈에 띄었습니다. 왕은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며 물었습니다.
“자네의 옷은 어디에서 온 것이오? 전에 본 것과 같지만, 완전히 새로운 느낌이 드는군.”

레온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이 옷은 제가 늘 입던 것이지만, 제 손으로 한 땀 한 땀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겉으로는 변하지 않은 듯 보여도, 그 안에는 새로운 정성과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왕은 조용히 생각에 잠기더니, 곧 미소를 지으며 선언했습니다.
“오늘부터 연회에 오는 사람들에게 같은 옷을 입지 말라는 규칙을 없앨 것이오. 중요한 것은 겉모습이 아니라 그 옷에 담긴 마음이니라.”

그 후로, 왕국의 연회는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사람들은 값비싼 옷을 자랑하는 대신, 자신의 정성과 이야기가 담긴 옷을 입고 왔습니다. 레온의 낡은 연미복은 왕국에서 가장 특별한 예복으로 남았고, 왕은 그를 왕실 자문관으로 임명했습니다.

그리고, 지혜로운 노인은 마을 어귀에서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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