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공법상 계약에 따른 무상 사용허가 거부처분 취소 사건 원심 파기환송
대법원은 공법상 계약을 기초로 행정재산의 무상 사용·수익을 신청했다가 거부처분을 받은 사건에서, 해당 처분이 사실오인에 근거한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다.
◇ 사건 개요 및 원심 판단 ◇
본 사건은 원고가 피고 측 군부대와 체력단련장 내 전자유도카트시스템(이하 ‘이 사건 시설’)을 설치하고 기부채납한 후, 시설 운영을 통해 발생한 수익금이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할 때까지 해당 시설과 부지를 무상으로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약정한 사안이다.
그러나 피고는 정산금이 남아 있지 않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무상 사용·수익허가 종료를 통보했다. 이에 원고는 정산금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시설 및 부지의 무상 사용을 허가해줄 것을 신청하였으나 피고가 이를 거부했다. 원고는 이 거부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은 행정재산의 사용허가에 대한 행정청의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하면서, 원고의 정산금이 남아 있더라도 피고가 원고에게 새로운 무상 사용·수익을 허가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으며,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 대법원의 판단 ◇
그러나 대법원(재판장 오석준 대법관)은 원심의 판단을 뒤집고, 원고의 정산금이 남아 있는지를 심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다. 대법원의 주요 법리는 다음과 같다.
행정청의 재량행위가 사실오인, 비례·평등의 원칙 위반, 목적 위반 또는 부정한 동기에 근거한 경우, 이는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
공법상 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이 계약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 수익적 행정행위를 신청한 경우, 행정청은 공법상 계약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량권을 행사해야 한다.
본 사건에서 피고가 행사할 수 있는 재량의 내용과 범위는, 원고에게 시설 및 부지에 대한 무상 사용·수익을 허가하기 어려운 사정변경이 생겼거나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발생한 경우가 아닌 이상, 기존 공법상 계약(이 사건 합의)에 따라 정해진다.
원고의 정산금이 실제로 남아 있다면, 이를 무시한 이 사건 처분은 사실오인에 근거한 것이므로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고의 정산금 잔존 여부를 구체적으로 심리해야 하며, 원심의 판단은 이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다.
◇ 판결 의미 및 향후 전망 ◇
이번 판결은 공법상 계약을 기초로 한 행정행위에서 행정청의 재량 한계를 명확히 한 사례로 평가된다. 대법원은 단순히 행정청의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하기보다, 공법상 계약의 실질적 내용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공법상 계약 체결 이후 행정청의 재량권 행사에 있어 보다 엄격한 법적 기준이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공법상 계약을 둘러싼 행정재산 사용·수익 허가 분쟁에서, 행정청의 재량권 행사가 보다 제한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커졌으며, 공법상 계약 상대방의 권리가 보다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