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사인 재출 녹음파일 증거능력

대법원, 사인이 제출한 녹음파일 사본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 관련 원심 파기환송

대법원은 사인이 제출한 녹음파일 사본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원본과 동일성이 인정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다.

◇ 사건 개요 및 원심 판단 ◇
본 사건은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현금을 편취하고, 피해자가 피고인 1에게 변제한 돈을 받지 못한 것처럼 무고한 혐의로 기소된 사안이다.

원심은 피해자가 기망행위 및 현금 수령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수사기관에 제출한 CD에 저장된 녹음파일(이하 ‘이 사건 녹음파일 사본’)이 원본과 동일성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원본이 현존하지 않으며, 복사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 내용이 그대로 유지되었음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 대법원의 판단 ◇
그러나 대법원(재판장 오석준 대법관)은 원심의 판단을 뒤집고, 해당 녹음파일 사본이 증거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다. 대법원의 주요 법리는 다음과 같다.

대화 내용을 녹음한 파일은 원본 또는 원본에서 인위적 개작 없이 복사된 사본이어야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

원본과 동일성이 유지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해시(Hash)값 비교 등 원본과 사본의 직접 대조이다.

다만, 원본 제출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할 경우, 법원은 녹음파일의 생성 및 보관 과정에 대한 증언, 감정 결과, 수사 및 공판 심리 과정에서 나타난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원본과 동일성이 유지되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본 사건에서는 피해자와 피고인들의 진술 및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하면 적어도 일부 녹음파일 사본은 원본과 동일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므로,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심의 증거능력 부정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다.

◇ 판결 의미 및 향후 전망 ◇
이번 판결은 디지털 증거, 특히 사인이 제출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 판단 기준을 명확히 정리한 사례로 평가된다. 대법원은 해시값 비교 등 기술적 검증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 증언과 정황을 통해서도 원본 동일성을 판단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

향후 디지털 증거의 원본 동일성 판단 기준이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보이며, 녹음파일을 증거로 제출하는 사건에서 원본의 보관 및 검증 절차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