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국민연금 분할연금 지급 결정 취소 판결… "이혼 시 합의서 존중해야"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미상)는 2025년 1월 23일 국민연금공단(이하 ‘공단’)이 A씨에게 내린 분할연금 지급결정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2024구합65508)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혼 당시 작성된 합의서에서 연금 분할을 포기하기로 한 당사자 간 명확한 합의가 있었으므로, 국민연금공단이 이를 무시하고 분할연금을 지급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 사건 개요 ◇
A씨(원고)는 1986년 B씨와 혼인 후 2019년 8월 협의이혼했다. 두 사람은 이혼 당시 "각자의 연금을 각자가 수령하며, 상대방의 연금에 대한 분할연금청구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합의서(이하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B씨는 2024년 4월 국민연금공단에 분할연금 지급을 청구했고, 공단은 이를 받아들여 A씨가 수령하던 노령연금을 분할하여 B씨에게 지급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제1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대해 "이 사건 합의서에 따라 B씨는 분할연금을 받을 권리가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 법원의 판단 ◇
서울행정법원은 A씨와 B씨가 연금 분할에 대한 별도 합의를 명확히 했으며, 국민연금법 제64조의2(분할연금 지급의 특례)에 따라 공단은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1. 연금 분할에 대한 명확한 합의 인정
법원은 이혼 당시 작성된 ‘이 사건 합의서’에 "서로 상대방의 연금에 대한 분할연금청구권을 포기한다"고 명확하게 기재된 점을 인정했다.
또한 A씨가 해당 합의서를 국민연금공단에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단이 이를 고려하지 않고 분할연금을 지급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2. 국민연금법상 ‘연금의 분할에 대한 별도 결정’ 적용 여부
국민연금법 제64조는 이혼한 배우자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상대방의 노령연금을 분할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법 제64조의2는 "민법에 따른 재산분할 절차에서 연금 분할을 별도로 결정한 경우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 사건 합의서는 이를 충족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3. B씨의 이의제기 배척
B씨는 법정에서 **"이 사건 합의서는 이혼 직전에 강요에 의해 작성한 것이며, 본인의 의사에 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B씨가 합의서 서명 당시 가족과 함께 있었고, 합의 내용도 명확하게 이해한 상태였으며, 합의서 작성 후 5년이 지나서야 문제를 제기한 점을 고려하면, 강압에 의해 작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결론 및 판결 의미 ◇
서울행정법원은 공단이 2024년 4월 A씨에게 내린 분할연금 지급결정 처분을 취소하며, 소송 비용은 공단이 부담하도록 했다.
이번 판결은 국민연금 분할연금 청구권이 기본적으로 보장되지만, 이혼 과정에서 명확한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법원이 국민연금법 제64조의2의 ‘연금 분할에 대한 별도 결정’ 조항을 엄격히 적용함으로써, 이혼 시 연금 분할에 대한 당사자 간의 합의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번 판결을 통해 앞으로 이혼 시 연금 분할에 대한 합의가 보다 신중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국민연금공단도 이에 대한 내부 심사 절차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