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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또다시 살리고 싶어서

by 기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매일같이 사투를 벌이는 외상외과 의사의 기록, 책 <또다시 살리고 싶어서>는 단순한 의료 수필이 아니다.

이 책은 병원이라는 익숙한 공간 안에서도 가장 극한의 공간, 외상센터에서 하루하루 버텨내는 한 의사의 뜨거운 증언이자, 인간 생명의 본질과 무게를 정면으로 마주한 진실의 기록이다.

책의 저자 허윤정은 중증 외상이라는 의료 분야 중에서도 가장 힘겹고 고통스러운 최전선에서, 오로지 "살린다"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살아간다. 살릴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는 환자들을 향해, 그녀는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손을 뻗는다. 이 책은 그 손끝에서 일어나는 기적 같은 순간들을 담담하면서도 울림 깊게 그려낸다.


저자의 문장은 피로 물든 수술복만큼이나 절박하고도 냉철하다. 읽다보면 독자도 호흡이 빨라진다.


"지금 병원 정문 앞이래요."
"그래. 몇 분 걸린대? 방금 라면에다 물 부었는데."

외상센터에서는 라면 한 젓가락조차 사치가 된다. 삶과 죽음이 동시에 도착하는 그 현장에선 모든 판단이 '골든아워'를 넘어 '플래티넘 미닛' 안에 이루어져야 한다.


저자는 시간과의 싸움 속에서도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 죽음을 되돌리기 위해 자신이 감내해야 하는 두려움과 고통,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수술실로 들어서는 이유에 대해 날것의 언어로 털어놓는다.

수차례 자살 시도를 반복한 환자의 "왜 나를 살렸냐"는 물음, 손에 손을 얹고 수술을 이어가는 환상의 수술 장면까지. 책 속에는 죽음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죽음을 견뎌낸 의사의 진심이 담겨 있다.


저자 허윤정은 의사로서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인간으로서는 그들 각자의 삶과 사연을 깊이 들여다본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넘어서, 생명과 생명을 지키는 이들 사이에 형성된 연대는 이 책을 단순한 병원 에세이에서 삶의 철학서로 확장시킨다.

책은 3부 구성으로 외상센터라는 공간의 긴박함(1부), 그 안을 지나간 수많은 환자들의 서사(2부), 그리고 외상외과 의사 허윤정 개인의 고백(3부)으로 나뉜다. 하지만 각 장의 경계는 흐릿하다. 그것은 생명 앞에서 모든 구획이 무력해지는 현장, 곧 외상센터의 풍경과 닮아 있다.

저자의 서사는 끝없이 이어지는 근무와 끝끝내 멈추지 않는 환자의 심장 박동처럼 끊임없이 독자의 가슴을 두드린다. '죽음은 없다'고 믿으며 오늘도 수술실 문을 밀고 들어가는 저자의 뒷모습에서, 우리는 인간이 인간을 살린다는 일의 본질을 목격하게 된다.

책 <또다시 살리고 싶어서>는 필수 의료의 붕괴를 지켜보고 있는 우리 사회 전체에 보내는 경고이며, 동시에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는 이들에게 보내는 뜨거운 연대의 인사이기도 하다.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한 몸부림의 한복판에서, 저자는 묻는다. "저를 왜 살리셨어요?" 그리고 대답한다. "당신이 열두 번 실려 와도, 또다시 살려 낼 겁니다." 그것은 의료를 넘어선 인간의 윤리이며,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연민과 책임의 언어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 책은 삶의 벼랑 끝에서 흔들리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한 마디의 위로일지도 모른다. 포기하고 싶을 때, 아무도 당신을 살릴 이유가 없다고 느껴질 때, 이 책을 펼치면 좋겠다. 누군가는 오늘도 당신이 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살려 내겠다"고 말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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