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이중 내연관계에 분노”… 영월 사무실 살인사건, 20년 만에 무기징역
【춘천지법 영월지원 = 2025. 2. 20】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 부장판사)는 2025년 2월 20일, 2004년 강원 영월군의 한 영농조합 사무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대해 피고인 A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사건 당시 범행에 사용된 샌들 1켤레를 몰수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내연관계에 있던 여성 D가 또 다른 남성인 피해자 I와도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해, 영월까지 직접 이동해 피해자를 계획적으로 살해했다”며 “피해자의 머리를 둔기로 수차례 내리친 뒤, 예기로 목과 복부를 찔러 살해한 잔혹한 범행”이라고 판시했다.
이 사건은 피해자가 2004년 8월 9일 오후, 영월군의 영농조합 사무실에서 두부손상 및 경부자창으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수사는 장기간 미제로 남아 있었지만, 디지털 증거와 족적(발자국) 분석, 현장 감식 등을 통해 피고인의 범행을 특정할 수 있었다.
피고인은 당시 영월에서 물놀이 중이었다는 알리바이와 제3자 개입 가능성을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현장에 남은 샌들 족적과 피고인이 신고 있던 신발의 일치, 혈흔의 형태와 위치, 피해자 주변 정황 및 통화내역 등을 종합해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변명은 추상적 가능성과 관념적 의심에 불과하며, 수차례 감정된 족적 감정 결과와 현장의 증거는 피고인이 범행 현장에 있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한다”고 밝혔다.
한편, 사건 당시 피고인이 압수된 밤색 샌들을 신고 있었다는 점,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강한 집착과 통제 성향을 보인 점, 사건 직전 피해자의 동선을 염탐하고 사진을 촬영한 정황 등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이번 판결은 20년 전 발생한 미제 사건을 과학적 감정과 증거추적으로 해결한 사례로, 향후 장기미제 사건 수사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