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판결] 파묘

by 기담

대법 “분묘 훼손 따른 위자료, 제사주재자 아니어도 청구 가능”
– 후손의 추모감정 침해 인정, 원심 파기환송

대법원이 망인의 분묘를 발굴하고 유골을 훼손한 행위에 대해 제사주재자가 아닌 후손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관련 사건의 원심 판결은 파기되고 사건은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됐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최근 손해배상(기) 청구 소송에서 “분묘 발굴이나 유골 훼손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제사주재자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리고, 원심을 일부 파기해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고 2024년 3월 28일 밝혔다.

이 사건은 피고 측이 망인의 분묘를 무단으로 발굴하고, 안치된 유골 4구를 꺼낸 뒤 양철통에 담아 불에 태우고 분묘 입구 쪽 땅에 묻는 행위를 하면서 벌어졌다. 이에 망인의 아들이자 손자인 원고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위자료를 청구했다.

그러나 원심은 “원고는 이 사건 분묘의 관리처분권을 가지는 제사주재자가 아니므로, 법적으로 보호받을 인격적 법익이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분묘를 발굴하거나 유골을 훼손한 행위로 인해 어떤 사람의 추모감정 등 인격적 법익이 침해되어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경우, 그 사람은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며 “이를 제사주재자에 한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법원은 위자료 청구의 가능 여부는 △행위자가 유골 등을 처리하게 된 경위와 동기 △처리 방식의 사회적 수용 가능성 △망인과 원고의 친족관계 및 생전의 관계 △분묘의 관리 상태 및 훼손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분묘 발굴 및 유골 훼손과 같은 민감한 사안에서 추모 감정이라는 비재산적 법익의 보호 범위를 넓히는 판단으로,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 위자료 청구의 범위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 측의 행위가 사회통념상 허용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 유골을 훼손한 것으로 보고, 망인의 아들 또는 손자인 원고의 추모감정이 침해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 원심 판단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판결] 게임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