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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별에게

by 기담

누군가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 책은 대개 책의 '한 장면' 때문입니다. 안녕달 작가의 그림책 <별에게> 역시 그렇습니다. 어쩌면 너무나 조용히, 그러나 결코 잊히지 않을 장면 하나- 별을 안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녀의 모습이 그 자리에 있습니다.

최근 신간인 이 동화책은 성장과 이별이라는 무게 있는 주제를 누구보다 따뜻하고 섬세하게 풀어냅니다. 유년의 어느 날, 아이는 할머니로부터 별을 선물 받습니다.

달빛을 받아야 잘 자란다는 엄마의 말에 따라 매일 밤 별과 산책을 하며 정성껏 돌보는 아이의 모습은, 자그마한 존재를 향한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자연스럽게 일깨워 줍니다.


이 별은 단지 '하늘에서 떨어진 물체'가 아닙니다. 작가는 별에 우리가 아끼고, 사랑하고, 때론 이별한 모든 것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아이는 별을 돌보며 자라고, 별은 그 곁에서 함께 자랍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아이가 독립한 후에도 별은 여전히 엄마의 곁을 지키며 함께 나이 들어갑니다. 결국 별은 다시 하늘로 돌아가지만, 그 시간의 무게는 모녀의 품에, 그리고 독자의 마음에 고스란히 남습니다.

이 책은 이야기만큼이나 그림 또한 빼어납니다. 부드러운 색연필 터치로 표현된 바닷가 마을의 풍경은 계절의 흐름을 따라 별빛과 어우러지며 감성을 자극합니다. 해녀, 바다, 고요한 밤길과 강아지, 그리고 따뜻한 불빛이 있는 집.

안녕달 작가는 이 모든 풍경 속에 정겨운 일상의 순간들과 환상의 경계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현실과 상상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마법을 선사합니다.


<별에게>는 단순히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을 넘어, 어른에게도 깊은 위로를 전하는 책입니다. 함께한 시간이 어떻게 사랑으로 쌓여 가는지, 이별이 왜 또 다른 성장의 이름인지, 그리고 사라졌다고 믿었던 존재들이 어떻게 여전히 우리 마음에 머물고 있는지를 조용히 속삭입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책장을 덮고 나면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이야기. <별에게>는 제게 그런 그림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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