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2024도18441 사기 사건에서, 피고인이 카드론 대출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사람을 기망하지 않았다면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하며,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정상적으로 대출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카드회사의 비대면 자동심사 시스템을 통해 카드론 대출을 신청하고 받은 혐의(사기죄)로 기소됐다.
원심은 피고인이 대출 신청 과정에서 카드회사를 기망한 것으로 보고 사기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기죄 성립의 전제요건인 ‘기망행위’에 대해 “형법 제347조에 따른 사기죄에서 기망은 사람에게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행위를 의미하며,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가 수반되지 않은 경우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명확히 했다.
특히 이번 사건과 같은 비대면 자동심사 방식의 대출의 경우, 실제로 카드회사 직원이 대출 심사나 승인, 송금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고, 오직 자동화된 시스템만이 작동했을 뿐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해당 대출 절차에서 카드회사 직원이 피고인의 신청 내용을 직접 확인하거나 판단한 정황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이를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로 볼 수는 없다”며,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은 사기죄 성립 요건에 대한 법리 오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사기죄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다.
이번 판결은 디지털·비대면 금융거래의 확대 속에서 형법상 사기죄의 성립 요건 중 ‘기망행위’의 주체가 반드시 ‘사람’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중요한 판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