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법의 원칙을 흥미롭게 풀어낸 기발한 법정 드라마
도진기 변호사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법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거나 딱딱한 조항들이 떠오르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법이란 규칙의 집합체로서 우리의 삶을 보호하고 통제하지만, 때로는 복잡한 절차와 어려운 용어들로 인해 일반인들에게 접근하기 힘든 분야이기도 하다. 이러한 장벽을 허물고 법을 보다 친숙하게 전달하기 위해 도진기 작가는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를 집필했다. 이 책은 2013년 첫 출간 이후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왔으며, 10년 만에 새로운 표지와 본문으로 다시 돌아와 법과 도덕, 형사와 민사의 차이, 재판의 기본 원칙 등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법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이야기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는 단순한 법률 서적이 아니다. 피고인의 변론을 맡은 ‘소크라테스 변호사’, 피고인을 무조건 처벌하려는 ‘욱 검사’,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염라대왕 판사’라는 독특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법정에서의 공방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이러한 구성은 법이 단순히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제 우리 삶과 맞닿아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책은 동화나 역사 속 인물들을 저승 법정에 불러내어 그들의 유무죄를 가리는 과정을 통해 법 개념을 쉽게 설명한다. 예를 들어, ‘성냥팔이 소녀’를 구해주지 않은 행위가 법적으로 처벌될 수 없는 이유는 법이 도덕의 최소한만을 규제한다는 원칙에 기반한다. 이처럼 저자는 단순한 질문을 통해 법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독자들이 법적 사고방식을 자연스럽게 습득하도록 유도한다.
주요 법 개념을 쉽게 설명하는 방식
도진기는 ‘법의 원칙’을 22가지 이야기로 풀어내며, 각각의 이야기에서 법적 개념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책에 등장하는 ‘진술 1: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 ‘진술 2: 죄에도 공식이 있다’, ‘진술 3: 벌할 수 없는 죄도 있다’ 등은 평소 우리가 궁금해할 법적 의문들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제공한다.
가령, ‘피리 부는 사나이는 유괴범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상당인과관계’ 개념을 설명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법에서는 원인과 결과가 단순히 연결된다고 해서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으며, ‘보통은 그러한 결과가 발생한다고 인정되는 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법 원칙을 알기 쉽게 풀어낸다. 이러한 설명 방식은 법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들도 법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동화와 법의 만남, 독창적인 법률 교양서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동화 속 이야기를 법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는 점이다. 헨젤과 그레텔이 마녀를 아궁이에 빠뜨린 사건을 정당방위로 볼 수 있는지, 베니스의 상인이 계약을 어길 수 있는지 등 익숙한 이야기들이 법적 논리로 새롭게 해석된다. 이러한 독창적인 접근은 독자들에게 신선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새로운 법적 통찰을 얻을 수 있도록 해준다.
법의 본질과 사회적 의미
이 책의 또 다른 중요한 메시지는 법이란 단순히 규칙을 적용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이다. 저자는 법이 사람들을 보호하면서도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책에서는 ‘열 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죄인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다루며, 법의 본질이 정의와 공정성에 있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O. J. 심슨 사건을 통해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의 차이를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형사재판에서는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이 필요하지만, 민사재판에서는 ‘상대방보다 증거가 많으면 이긴다’는 법적 원칙이 적용됨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청소년 교양도서로서의 가치
이 책은 단순한 법률 교양서가 아니라 청소년을 위한 필독서로서도 가치가 높다. 실제로 청소년 교양도서로 선정될 만큼, 법의 기초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며, 학생들이 법과 윤리에 대한 개념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성인이 읽기에도 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어 법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입문서 역할을 한다.
마치며
도진기의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는 법의 기본 원칙을 유쾌하고 흥미롭게 풀어낸 책이다. 동화 속 이야기를 법적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독창적인 접근 방식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내용은 법을 어렵게 느끼는 이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된다.
이 책은 법의 본질을 이해하고 싶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며, 학생, 직장인, 주부 등 법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로 손색이 없다. 법과 도덕의 경계, 정의와 공정성의 의미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는 쉽고도 의미 있는 법적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