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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바람숲

by 기담



바람 숲과 새로 태어난 아이

옛날 옛날, 하늘과 바다, 산과 숲이 모두 노래하던 시절,
‘바람 숲’이라 불리는 아주 특별한 숲이 있었습니다.

이 숲에는 바람이 말을 했습니다.
"삶은 언제나 새롭게 피어난다"고요.
나무들도 바람에 맞춰 속삭였습니다.
"우리도 언젠가 새 잎으로 다시 태어난다"고요.

그런데, 이 숲 어귀에 살던 니코라는 아이는 슬펐습니다.
"나는 이미 이렇게 자랐으니, 새로 태어날 수 없잖아..."
니코는 어릴 적 실수했던 일, 상처받았던 기억들로 가슴이 무거웠습니다.

어느 날 밤, 니코는 숲속 깊은 곳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그곳에는 ‘생명의 샘’이 숨겨져 있다는 전설이 있었거든요.
"생명의 샘에서 물을 마시면, 마음이 새로 태어난다"는 이야기가요.

한참을 걷자, 니코 앞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샘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샘물 곁에는 한 신비한 나그네가 서 있었습니다.
나그네는 니코에게 웃으며 물었습니다.

"니코야, 너는 정말 새롭게 태어나고 싶니?"

니코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어떻게요? 난 이미 커버렸어요."

나그네는 부드럽게 대답했습니다.
"진짜 태어남은 물과 성령으로 이루어지는 거란다.
육신은 한번 태어나지만, 마음은 매 순간 새로 태어날 수 있어.
사랑과 용서로, 그리고 믿음으로 말이야."

그러고는 샘물 한 바가지를 니코에게 건넸습니다.
니코는 떨리는 손으로 샘물을 마셨습니다.
그 순간, 니코는 가슴 속이 따뜻하고 환하게 빛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옛 상처들이 사르르 녹아내리고,
미움도, 후회도 부드럽게 흩어졌습니다.
니코는 다시 태어난 것 같았습니다.

그 뒤로 니코는 바람 숲의 아이가 되어,
만나는 이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걱정하지 마.
우리는 언제나, 사랑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어."

바람도, 숲도,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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