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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빛

by 기담



빛을 따르는 아이

옛날 옛날,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작은 마을이 있었어요. 이 마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어둠에 갇혀 희망을 잃고 살아가고 있었지요. 매일매일 같은 일상, 같은 걱정, 같은 두려움. 아무도 웃지 않았고, 누구도 서로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하늘에서 밝은 별 하나가 내려왔어요. 별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는데, 눈이 맑고 따뜻한 빛이 온몸에서 퍼져나오는 아이였어요. 아이는 말했어요.

“나는 너희를 사랑하시는 분이 보낸 빛이야. 나를 따라오면 어둠에서 벗어나 빛 속에서 살아갈 수 있어.”

사람들은 의심했어요. “우리는 너무 오래 어둠에 있었어. 네가 정말 우리를 바꿀 수 있을까?”

하지만 한 꼬마 소녀, 리나는 용감하게 그 아이의 손을 잡았어요.

“난 믿을래. 마음이 따뜻해지고, 눈이 환해졌어. 어둠보다 이 빛이 좋아.”

아이와 리나는 함께 마을 곳곳을 다니며 노래를 불렀어요. “희망은 빛이야. 사랑은 생명이야.” 그 노래에 이끌려 하나둘 사람들이 문을 열었고, 어둠 속에서 고개를 내밀었어요.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아이의 말을 듣고 빛 속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어둠을 사랑하던 몇몇 사람들은 속삭였어요. “빛은 거짓이야. 우릴 심판하려는 거야.” 그러자 아이는 조용히 대답했어요.

“나는 너희를 심판하러 온 게 아니야. 너희를 사랑하고, 구하러 왔어. 진짜 사랑은 벌이 아니라 희망이란다.”

마을은 서서히 달라졌어요. 사람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아이들은 웃고 뛰놀았고, 어둠은 더 이상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하지 못했어요. 마을 중심에선 리나가 꽃을 심으며 말했어요.

“우리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아. 왜냐하면, 빛이 우리 안에 살아 있으니까.”

그날 이후, 마을 사람들은 매년 별이 내려온 그 날을 기억하며, 서로에게 사랑을 전하고 희망을 노래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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