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상도례 헌법불합치에도 ‘과거 범행’엔 형 면제…피해자 특정 안 된 공소는 석명 필요
대법원, “공소사실 기재 명확히 해 피해자 특정 후 판단해야”…원심 파기환송
2025년 5월 7일, 대법원 3부는 동거친족의 인적사항을 이용해 신용카드를 부정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친족상도례에 의한 형 면제를 적용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환송했다.
해당 판결은 헌법재판소의 형법 제328조 제1항 헌법불합치 결정(2024. 6. 27.)의 효력과 소급 여부,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피해자 범위, 공소사실 기재의 명료성 등에 관하여 중요 판시를 남겼다.
사건 개요: 동거친족 명의로 카드결제…형 면제 인정했던 원심
피고인은 동거 중이던 처제 A의 인적사항 및 카드정보를 이용하여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 신용카드 결제 또는 현금서비스를 신청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혐의(컴퓨터등사용사기 등)로 기소되었다.
원심은 **형법 제328조 제1항(친족상도례)**를 근거로 컴퓨터등사용사기죄 중 피해자를 처제 A로 간주하여 형의 면제를 인정하고, 그 외 업무상횡령 등 일부 혐의만 유죄로 판단하였다.
⚖️ 대법원 판결 요지: 헌법불합치결정 소급 적용 안 돼…‘피해자 특정’ 미흡하면 석명 필요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3가지 주요 법리를 판시하며 원심의 판단을 위법하다고 보았다.
헌법불합치결정의 소급효 부정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2024헌마468, 2024. 6. 27.)에 따라 형법 제328조 제1항의 효력은 결정일 이후부터 상실되며,
형의 면제를 규정한 형벌조각사유는 형사처벌의 직접적 근거가 되는 실체법이 아니므로 소급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2024년 6월 27일 이전 범행에 대해서는 여전히 친족상도례가 적용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피해자’는 가맹점 또는 금융기관
형법 제347조의2(컴퓨터등사용사기)상 ‘정보처리’란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상응하는 것으로,
허위 정보 입력으로 인해 컴퓨터 등이 자동으로 재산상 처분을 하게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특히 피고인이 신용카드 정보를 무단 입력해 결제 또는 대출을 받은 행위는 가맹점이나 금융기관의 정보처리 시스템을 기망하여 이익을 취한 행위로서,
피해자는 처제가 아닌 가맹점이나 금융기관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공소사실 기재가 모호하면 법원은 석명권 행사해야
형사소송규칙 제141조 제1항에 따라, 공소사실의 기재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명확하지 않은 경우 법원은 검찰에 석명권을 행사해 공소취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검사가 피해자를 ‘처제’로 특정하지 않았고, 공소장 내용이 모호한 상황에서 원심은 공소의 불명확성 해소 없이 형 면제를 선고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결론: 원심 판단 위법…대법원, 검사에 석명 촉구 후 재심리 명령
대법원은 이와 같은 법리에 따라, 원심이 피해자 특정 문제를 간과한 채 석명 없이 형 면제를 인정한 점은 부당하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하였다.
이번 판결은 형법상 친족상도례 조항의 효력 범위, 컴퓨터 사기죄의 피해자 개념, 공소 명확성 확보 의무 등 다양한 형사소송상 핵심 원칙을 다시 확인한 판례로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