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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하이패스 과속 오토바이 사고

by 기담

하이패스 구간에서의 과속, 형사처벌로 이어질까? – 대법원, '공소기각' 판결의 의미와 교훈
2025도1049 대법원 판결을 통해 본 과속, 상당인과관계, 공소제기의 요건

2025년 5월, 대법원은 하이패스 구간에서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주행하다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택시운전자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5. 5. 30. 선고 2025도1049 판결). 이 사건은 일견 '과속 운전'이라는 명백한 위반행위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형사책임을 면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던지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적용요건과 법적 논리의 미묘한 균형을 다시 조명하게 한다.

1. 사건 개요 – 하이패스 구간, 예기치 못한 오토바이의 진입
사건은 심야시간, 제한속도 시속 30km인 톨게이트 하이패스 차로를 피고인이 시속 62km로 운행하던 중 발생했다. 피해자인 오토바이 운전자는 자동차전용도로에 진입하려다 진입이 불가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방향을 급히 바꾸며 요금정산소와 하이패스 차로 사이에 설치된 '안전지대'를 가로질러 피고인 차량의 진로 앞으로 진입했다. 결국 피고인의 차량과 오토바이가 충돌하여 피해자는 상해를 입었고, 피고인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다.

원심은 피고인이 제한속도를 2배 이상 초과한 점, 제한속도 준수 시 충돌을 피할 수 있었을 가능성 등을 근거로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 판단을 뒤집고 공소를 기각하였다. 이 판결의 핵심은 다음 두 가지 법리에 있다.

2. 첫째, ‘예측가능한 위험’의 한계 – 안전지대를 횡단하는 차량을 예상할 의무는 있는가?
대법원은 안전지대의 법적 성격에 주목했다. 안전지대는 본래 차량의 통행이 금지된 공간이다. 따라서 운전자는 원칙적으로 그 공간을 다른 차량이 갑자기 가로지를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 이런 법리는 1982년 대법원 판결(82도1018)에서 이미 정립된 바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피해자의 오토바이는 진입이 금지된 자동차전용도로에서 방향을 바꾸며 안전지대를 횡단했고, 이는 명백한 위법행위였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그러한 위법적 운전을 미리 예견하고 대응할 주의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도로의 구조와 이용자들의 일반적인 신뢰를 기준으로 보면, 안전지대에서 튀어나오는 오토바이를 예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3. 둘째, 과속과 사고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 단순한 과속만으로 형사처벌 가능한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일반적으로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된 경우 형사처벌을 하지 않지만, 일부 중대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공소 제기가 가능하다. 그중 하나가 제한속도를 시속 20km 이상 초과한 경우이다(제3조 제2항 제3호, 제4조 제1항 제1호).

그러나 이 조항의 적용은 단순한 속도 위반만으로는 부족하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제한속도 위반이 교통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되어야 한다"고 판시해왔다(2011도17117 판결 등). 이번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과속과 사고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피고인이 제한속도를 지켰더라도, 오토바이의 갑작스러운 진입으로 인해 충돌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제한속도를 지켰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는 가정은 합리적 의심을 넘는 수준으로 증명되어야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그러한 증명이 부족했다.

4. 결론 – 교통사고 형사책임은 단순 위반 여부가 아닌, 인과관계의 증명에 달려 있다
이 사건은 우리 일상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에 대한 법적 판단이 단순히 ‘잘못했느냐’가 아니라, ‘그 잘못이 사고의 원인이 되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과속은 분명한 위법행위이지만, 그것이 반드시 형사처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엄격한 해석은 무분별한 형사책임 확장을 방지하고, 객관적이고 정당한 책임 판단 기준을 세우기 위한 것이다.

또한 이번 판결은 도로의 신뢰 원칙을 재확인했다. 안전지대, 일방통행, 차로 구분 등은 운전자들 간의 신뢰 위에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그 신뢰를 무너뜨린 오토바이 운전자의 행위는 비정상적인 변수였고, 그에 대한 예측까지 요구하는 것은 법이 추구하는 일반적인 주의의무의 한계를 넘는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마무리하며

도로는 수많은 규칙과 신호가 맞물려 작동하는 거대한 시스템이다. 그 안에서 운전자들은 서로의 규칙 준수를 전제로 움직인다. 법은 그런 기본적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 신뢰의 테두리를 명확히 설정하고, 형사책임이 언제 어디서 시작되고 끝나는지에 대한 기준을 다시 확인시켰다.

앞으로 유사한 사례에서 이 판례가 중요한 판단 근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과속과 교통사고 사이의 ‘법적 인과관계’는, 단순한 도덕적 비난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을 모두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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