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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콜택시 탑승제한 차별

by 기담

장애인콜택시 탑승제한기준과 차별금지법의 경계: 대법원 2025두32972 판결을 중심으로


장애인의 이동권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본적인 권리이며, 이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중 하나가 바로 장애인콜택시이다. 그러나 특정 기준에 따라 발달장애인의 탑승좌석을 제한한 운영기준이 차별인지 여부를 둘러싸고, 행정기관과 국가인권위원회, 사법부 사이에서 법적 판단이 이어졌다. 이러한 쟁점을 다룬 대법원 2025두32972 판결은 공공서비스의 제공 과정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어떠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적용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사건의 개요: 장애인콜택시 운영기준에 대한 인권위 권고

이 사건에서 원고는 장애인콜택시를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로, 발달장애인의 탑승에 있어 보조석이 아닌 뒷좌석 2열에만 탑승하도록 하는 별도의 기준(이하 "이 사건 탑승제한기준")을 운영하였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발달장애를 이유로 콜택시 보조석 탑승을 제한하지 않도록 기준을 개선하라"는 권고를 하였고, 원고는 이러한 권고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쟁점: 정당한 사유 없는 탑승제한이 차별인지 여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1호는 "장애를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 배제, 분리, 거부하는 것"을 차별로 정의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 사법·행정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이러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같은 법 제26조 제2항).

다만, 같은 법 제4조 제3항은 차별로 보지 않는 예외 사유로서 ①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경우, ② 해당 직무나 사업 수행상 불가피한 경우를 들고 있다. 따라서 본 사안의 핵심은, 장애인콜택시 보조석 탑승 제한이 이러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원심과 대법원의 판단: 차별에 해당하며 정당한 사유 없음

1심과 항소심은 공통적으로 이 사건 탑승제한기준이 발달장애인을 장애를 이유로 불리하게 대우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아울러 이 기준이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혹은 사업 수행상 불가피한 필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지적하였다.

대법원 역시 이와 같은 하급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용하며,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즉, 탑승제한기준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에서 금지한 차별에 해당하고, 정당화될 수 있는 예외 사유 역시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의 의미: 공공서비스 제공 시 차별금지 원칙의 재확인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단순한 선언적 규범이 아니라 실제 공공서비스 정책 수립과 집행에 직접적 제약을 가하는 실효적 규범이라는 점을 재확인시켰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공공기관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설계할 때, 장애를 사유로 한 별도의 기준을 설정하려면 그것이 반드시 정당한 사유에 근거하고, 그 사유는 기관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다.

또한 대법원은 "과도한 재정 부담이 예상된다"거나 "운영 효율성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주장만으로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며, 차별을 정당화할 만큼의 불가피성과 객관적 근거가 요구된다는 기존 판례의 입장을 재확인하였다(대법원 2022. 2. 17. 선고 2019다217421 판결 등 참조).


장애인 권리보장의 관점에서 본 판결의 시사점

장애인 이동권은 헌법상 평등권 및 인간다운 생활권과 밀접히 관련된 기본권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장애인콜택시는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핵심적인 복지 인프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서 편의성이나 안전성, 운영상의 이유를 들어 장애인의 이용에 제한을 두는 사례가 반복되어 왔다.

이번 판결은 그러한 관행에 제동을 걸고, 공공기관이 장애인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설계된 법령을 준수해야 함을 강하게 시사한다. 특히 발달장애인과 같이 외부적 구별이 어렵고, 보호자와 함께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장애유형에 대해서도 일률적 제한을 가해서는 안 되며, 개인의 특성과 사정을 반영한 탄력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결론

대법원 2025두32972 판결은 공공기관의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장애인에 대한 합리적 배려의무와 차별금지의무가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 사례이다. 앞으로도 공공정책과 행정서비스가 모든 시민의 동등한 권리 보장을 전제로 설계되어야 하며,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 조치는 반드시 정당한 사유와 입증 가능한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함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이는 단지 한 건의 권고결정을 둘러싼 다툼을 넘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판결로 평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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